이동훈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동행 취재
한국 임금 체불 노동자 1.7%..."경제적 제재 강화해야"
"설에는 이동도 많고 용돈에 세뱃돈에 돈도 많이 들잖아요. 이럴 때 임금 체불이 생기면 고통이 더 커지니 꼼꼼히 봐야죠."
이동훈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지난 13일 근로감독관 패치가 붙은 검은 외투를 걸치고 한 손엔 다이어리를 쥔 채 바삐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13년 차 감독관인 그가 향한 곳은 인천의 한 건설사 사무실.
이 감독관의 주 업무는 노사 간 갈등 조율이지만 설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는 고용노동부가 가동한 체불청산 기동반에 투입됐다.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가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현장을 훑는 업무가 10일 넘게 계속됐다.
"솔직하게, 돈은 제때 잘 받고 있나요?"
이 감독관이 소속된 중부청은 민간 건설 현장(공사금액 30억 원 이상)을 살핀다. 건설 현장은 노동자가 많고, 체불이 발생하면 다수가 피해를 봐 사전 점검 필요성이 높다.
이날 인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이 감독관은 A건설사, 골조 하청업체인 B사, B사 소속 노동자를 순서대로 만났다. 원청은 하청에, 하청은 노동자에게 기성금이나 임금을 제때 주고 있는지, 밀린 것은 없는지 점검하는 게 감독의 핵심이었다.
B사 감독 때는 가장 먼저 서류 검토를 했다. 출역일보(현장 근로자들의 출역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에 따른 임금 지급 여부, 주휴·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 여부, 근로계약서 적절성, 안전·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 등을 일일이 살펴봤다. 동시에 A건설사가 기성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도 물었는데 B사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올라) 혹시 모르는 일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없다"고 답했다.
이날 임금 체불은 적발되지 않았지만 근로계약서에 보완할 점이 포착됐다. 이 감독관은 "근로계약서에 계약 종료일이 명시되지 않았고, 근로자가 계약서를 교부받았음을 체크하는 조항도 없다"면서 "빠른 시일 내 보완이 필요하다"고 업체에 당부했다.
사측과 면담을 마친 이 감독관은 곧장 노동자를 만나러 갔다. 서류를 꾸몄을 가능성도 있으니 교차 점검을 하는 것이다. 그는 B사 노동자에게 임금이 체불된 적 있는지, 연차는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근로계약서는 직접 작성했는지, 위생시설은 충분한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한 노동자는 "아직 샤워시설이 없다"며 "화장실은 두 군데 있는데, 멀지만 히터가 있어서 잘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임금체불은 절도... 강력한 제재 더해지길"
이날 감독을 종료하면서 이 감독관은 체불이 없어 다행이라면서도 지울 수 없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미국·일본은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0.2~0.6%인 반면 한국은 1.7%로 경제 규모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임금 체불을 절도로 보고, 특히 애리조나·매사추세츠 등 여러 주(州)에서는 체불액의 2, 3배 부가 배상금을 부과하는 등 경제적 제재가 강하다. 이 감독관은 "임금 체불 시 3개월치 체불임금을 임금채권보장기금으로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가 있는데, 일부 회생 불가 사업주가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면서 "스스로 임금 체불이 불이익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경제적 부담을 더 지우는 방향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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