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상 1위 달리다 최종전서 놓쳐
50m 이내 샷 늘려 올해 3승과 대상 노려
"군대 다녀온 후 미국 진출 고민할 것"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2승씩을 수확했다. 코리안투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시즌 최종전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만을 남겨 놓고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결과는 최종 2위. ‘장타왕’ 서요섭(27)의 생애 첫 대상 수상은 그렇게 무산됐다.
10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요섭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와닿았던 한 해였다”고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지난 시즌 총 20개 대회에 출전한 서요섭은 16개 대회에서 컷 통과하며 우승 2회를 포함해 톱10에 6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하반기 두 번째 대회였던 바디프랜드 팬텀로보 군산CC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바로 다음 대회인 LX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2개 대회 연속 우승 기쁨을 누렸다. 타이틀 방어전이었던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역대 최초 3주 연속 우승 및 22년 만의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공동 14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참가한 대부분의 대회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적어내며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시즌 막판 3개 대회서 2승을 거둔 김영수(34)의 뒷심에 밀려 결국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좋은 기세를 시즌 후반까지 이어가지 못했던 것이 뼈 아팠다.
하지만 정작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는 시즌 최종전이 아니었다. 서요섭은 “최종전은 연습 라운드 때부터 목에 담 증상이 와 원하는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는데 그래도 3, 4라운드를 잘 쳐서 공동 15위까지 끌어올려 만족한다”며 “우승한 (김)영수 형이 워낙 잘했으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장 아쉬움이 큰 대회는 10월 경기 여주 페럼CC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였다. 당시 9언더파로 우승 경쟁을 펼치며 순항 중이었던 서요섭은 17번 홀에서 티샷 실수로 2타를 까먹었다. 서요섭은 “15번 홀부터 소변이 너무 급했는데 사방이 뚫려 있고 갤러리들도 많아서 계속 참았다”면서 “온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려 있다 보니 17번 홀에서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 홀에서 최소 파만 했어도 우승까지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요섭은 2019년 코리안투어 장타왕이다. 당시 시즌 평균 303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는데 지난 시즌에는 장타 순위가 16위로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거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줄인 것이다. 그는 “그때는 100%의 스피드로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면 지난 시즌부터는 70~80%의 스피드로만 티샷을 하고 있다”며 “드라이버샷 거리를 줄이면서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 51.6%로 투어 최하위권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지난 시즌 60.6%까지 향상됐다. 페어웨이에서 세컨드샷을 자주 치면서 그린 적중률이 크게 올라 5위(75.9%)까지 기록했다. 지난 시즌 2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대구 출신인 서요섭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우연히 골프채를 휘둘러 봤고, 그 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기에 그는 항상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특히 여덟 살 터울의 남동생에게는 더욱 그랬다. 주니어 시절부터 대회에 나가려면 부모님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기에 동생은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서요섭은 “저를 위해 부모님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셔서 늘 죄송한 마음이 컸다. 동생도 럭비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제가 부모님의 지원을 독차지하고 있어 동생한테 늘 미안하다”며 자신을 위해 헌신한 가족에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코리안투어 통산 5승을 기록 중인 서요섭의 2023년 목표는 ‘3승’과 ‘대상 수상’이다. 서요섭은 1년 전 이맘때 “다승에 성공해 제네시스 대상을 차지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작년에 그래도 다승을 했기 때문에 목표의 50%는 달성했다”는 서요섭은 “퍼트와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약 50m 이내 거리의 샷 구사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며 “2년 연속 2승을 한 만큼 올 시즌에는 3승으로 꼭 제네시스 대상을 품에 안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서요섭의 큰 목표는 미국 무대 진출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서요섭은 “(김)주형이는 한국에서도 잘했던 선수지만 미국 가서 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자극이 된다”면서 “우선 2년 더 국내에서 뛴 후 군대를 다녀와서 미국 도전을 고민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요섭은 2023 시즌을 위해 19일부터 태국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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