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계 '큰손' UAE와 군사협력 어땠나...
아크부대 파병에서 비밀 MOU 논란까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수송기를 공동개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 기간 체결된 30여 건의 양해각서(MOU)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내용이다. 수송기를 만든 적이 없는 양국이 의기투합했다. 국군 아크부대 파병을 계기로 10년 넘게 이어온 국방협력이 새로운 결실을 맺을 참이다.
15일(현지시간)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UAE와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 정식계약은 아니어서 사업 윤곽은 알 수 없지만, 방산분야의 '큰손'인 UAE와 국산 무기수출을 넘어 양국의 전력증강 청사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송기 국산화의 시발점으로, 양국이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협력하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아크부대 파병'으로 시작된 양국 군사협력
정부가 UAE와 손을 잡은 건 그만큼 신뢰가 쌓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2011년 아크부대 파병이 기폭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UAE 왕세자가 방한해 특수전사령부의 대테러 시범을 눈앞에서 지켜봤는데, 당시 강렬한 인상을 받아 우리 측에 파병을 적극 요청했다고 한다.
아크부대는 평화유지나 테러작전이 아닌 군사협력 목적으로 해외에 파병한 유일한 부대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군의 역할 범위를 넓힌 것이다. 아부다비에 주둔해 UAE의 특수전 부대 훈련을 지도하며 군사외교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크’는 아랍어로 ‘형제’란 뜻이다.
'비밀 군사양해각서' 이면합의 논란도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한 ‘비밀 군사 MOU’ 존재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드러나면서다. 2009년 바라카 원전(400억 달러 규모) 수주를 대가로 UAE 측에 ‘유사시 한국군을 자동 파병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밀 MOU를 체결한 것이다. 프랑스로 기울었던 원전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UAE 마음을 사로잡을 무기가 필요했는데, 히든카드가 비밀 군사 MOU였던 것이다. UAE에 대한 군사지원은 인접한 중동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양국 합의는 비공개로 이뤄졌고, 그 결과 이면 합의 논란이 거셌다.
이에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이 UAE를 긴급 방문, 군사 MOU 수정을 제의했다. 그러나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특사로 UAE에 급파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후 2018년 1월 모하메드 왕세제 특사로 칼둔 행정청장이 방한하고 두 달 뒤 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정상회담에서 국방협력을 ‘양국관계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국방·방산협력의 대화창구인 차관급 협의체 ‘외교·국방 2+2’를 신설했다. 이처럼 꾸준히 접점을 넓힌 덕에 2021년 4조 원 규모의 국산 지대공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를 수출하며 K방산 전성시대의 물꼬를 텄다.
이제 MOU 단계인 수송기 공동개발 사업이 순항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양국의 기술력도 검증해 봐야 한다. 분담금 미납으로 한때 표류한 한국형 전투기(KF-X) 공동개발사업처럼 난항을 겪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달리 UAE는 현금 동원력이 막강한데다 한국과 10여 년간 이어온 군사협력의 끈끈함이 남달라 긍정적 전망 또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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