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新외환법 추진... 이달 말 공개
사전 신고 폐지하고 '예외적 규제'로
이르면 내년부터 연간 5만 달러(약 6,200만 원)가 넘어도 용처 등의 사전 증빙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신(新)외환법의 기본 방향이 이달 말 공개된다. 핵심은 사전 신고 의무 폐지다. 현행법상 외국환 송금 규모가 해당 연도 기준 5만 달러를 넘을 경우 ‘외국환거래은행’ 영업점을 통해서만 외국으로 송금할 수 있고, 송금 사유나 금액 등을 은행이 확인할 수 있도록 송금 전에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사용 목적을 입증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송금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해외 유학이나 여행이 많아지며 송금 등 외환 거래 수요가 늘었고, 불만도 커졌다. 가령 4인 가족이 유학 목적으로 미국에 1년간 체류하려 할 경우 월세 보증금과 차량 구입비, 학교 입학금 등 초기 정착비용이 5만 달러를 훌쩍 넘길 공산이 크지만, 송금 이후 이뤄지는 거래가 많아 미리 서류를 꾸미기가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인감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재직증명서, 납세증명서, 위임장 등 내야 할 서류가 적지 않은 데다, 신고 절차에 걸리는 시간도 한두 달이다. 신고 누락이 적발될 경우 1억 원 이하 과태료 또는 벌금을 내야 하거나 1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이에 정부는 외환 거래 규제를 ‘원칙적 자유, 예외적 규제’식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당국이 미리 알아야 할 일부 거래만 법규에 열거하고 나머지는 사후 통보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제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외환 유출입 등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거래 △당국의 사전 인지가 필요한 거래 △사후 변동 사항을 지속 확인해야 하는 거래 등 정부가 추린 몇 가지 유형만 사전 신고 대상으로 남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으로 한정된 외국환거래기관을 모니터링 역량 등 기준을 충족한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외국환은행과 투자매매업자, 소액해외송금업자 등에 따라 다른 송금 한도 규제는 통일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아예 새 외환법을 만들려는 것은 1999년 제정된 기존 외국환거래법이 ‘거래 자유’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외자 유출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한국이 대외순채권국이 된 지금 현실에 이런 낡은 체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지난해 7월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세미나를 열어 뼈대도 공개했다.
정부는 이달 말쯤 부총리 주재 장관급 회의의 추인을 받아 신외환법 제정 방향을 확정하고, 이에 맞춰 올해 안에 법ㆍ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한 뒤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국회 입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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