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첫 전기차 차량 충돌 테스트 현장 가보니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아이오닉5 신차 한 대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왔다. 3초 남짓 흐르자, 눈앞에 설치된 가벽을 '쾅!' 들이박은 차량 운전석 쪽 보닛(엔진룸)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5,000만 원(아이오닉5 기본사양 출고가 근접치)이 한순간에 날아갔네", "연기가 좀 나는데?" 보기 힘든 '고의 충돌' 장면을 목격한 취재진은 차량으로 다가가 충돌 차량 구석구석을 살폈다. 과연 운전석 더미(인체 모형)는 무사했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진행된 충돌안전평가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시험 충돌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아이오닉5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상품성 평가인 '64㎞/h 40% 옵셋' 충돌을 실행했다. 이는 64㎞ 시속에 차량 전면부 면적의 40%가 충돌면과 맞닿는 실험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의 충돌 테스트 현장 공개는 2015년 IF쏘나타 이후 처음으로, 전기차 충돌 테스트 현장 공개는 이번이 최초다.
더미 손상 '제로' 비결은 초고장력 강판
충돌 직후 현대차그룹 연구진이 충돌 테스트 관련 데이터를 얻은 뒤 취재진에게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다. 보닛 안쪽 부품들은 사실상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운전석 쪽 바퀴는 휠까지 찌그러졌다. 그만큼 제동 없이 가속 상태에서 충돌하면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벨트로 고정돼 있던 차량 내부의 더미 상태. 직접 본 운전석과 뒷좌석 더미의 파손 또는 변형은 없었다.
모든 에어백이 정상 작동됐고, 차량 내부 파손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부딪친 부분과 가장 가까웠던 운전자 다리 쪽 공간이 온전히 확보된 점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1, 2열 시트를 둘러싼 골격에 초고장력 강판이 쓰여 충돌할 때 운전자나 탑승자들이 느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날 실험이 전기차 화재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측면 충돌 테스트가 아니라서 화재 위험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을 말끔히 씻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에…"화재 진압 스터디 지속 중"
지난해 12월 경북 영주시에서 건물 외벽을 들이받은 아이오닉5 택시에서 불이 나 70대 운전자가 숨지고, 올해도 테슬라에서 인명 피해로 이어진 화재 사고가 계속된 탓인지 취재진은 충돌 시 화재 안전 이슈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날 충돌 직후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에어백을 부풀리기 위해 이용한 화약이 터지면서 나온 것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사고 직후 4개의 문이 열려 탑승자가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된 점 또한 강조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2021년 소방청 전기차 화재 발생 수치를 언급하면서 "충돌 사고 시 내연기관차 화재 비율은 0.018%, 전기차는 0.01%로 화재 비율이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보다 구형이 많은 점, 전기차의 경우 화재 이후 불을 끄는 게 어렵다고 하자 백 상무는 "상대적으로 신형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해도 화재율이 높지 않다"며 "하지만 관련 요구도 많아 스터디를 하고 있고 개발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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