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압축·밀봉 발효 '곤포사일리지'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
250kg 한덩어리 가격 2~3배 폭등
경북도, 사료 자급 높이려 이모작 확대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볏짚 가격이 최근 심상치 않다. 2020년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입 건초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체재인 볏짚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과잉 사육으로 소값이 하락해 시름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 폭등과 고유가로 인한 운반비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5일 경북지역 축산업계에 따르면 250㎏가량인 볏짚 곤포사일리지(볏짚 등의 사료 작물을 곤포에 밀봉 저장 후 발효시킨 것) 한덩어리 가격은 농가 도착 기준으로 11만 원 안팎이다. 지난해 말 13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볏짚 곤포사일리지 한덩어리에 5만~6만 원 정도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가가 폭등하면서 치솟는 사룟값을 견디지 못한 축산농가의 볏짚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볏짚은 벼농사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사료용으로 재배한 알팔파 같은 건초나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호밀, 청보리 같은 조사료(섬유질이 많고, 별도 가공하지 않은 풀과 같은 사료)보다 영양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농민들은 코로나19와 운송비 상승 등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자 어쩔 수 없이 볏짚을 선택하고 있다.
농민들은 벼를 수확하고 논바닥에 깔린 볏짚을 기계로 줄줄이 모은 뒤 '원형베일러'라는 장비로 단단하고 둥글게 묶어 곤포사일리지를 만든다. 마시멜로처럼 흰색으로 말려 있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발효제를 살포한 뒤 특수 장비를 이용해 비닐로 밀봉하고 45일 정도 지나면 발효가 거의 완료돼 소에게 먹일 수 있다. 순수하게 볏짚만 먹일 때마다 소화율을 크게 높여준다.
작황이나 벼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에 곤포사일리지 20덩어리 정도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곤포사일이지 한덩어리 작업비는 4만 원 안팎이다. 여기에 운반비가 더해지고 전문업체를 통해 구입하면 가격이 더 붙는다. 원가의 3배까지 가격이 뛰는 이유다.
일부 농가는 장비를 구입해 직접 볏짚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장비 가격이 5억 원을 웃돌아 일정 규모 이상 거래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부분 농가에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경북지역의 한 축산농민은 "전문 유통업자까지 가세해 볏짚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농업 대전환을 선언한 경북도는 쌀 재배를 줄이고, 사료 자급률 제고를 위해 이모작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만4,757㏊ 규모였던 벼 재배면적을 2026년까지 2만6.000㏊ 이상 줄이고, 해당 부지에 조사료와 콩, 밀 등 이모작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지난해 1만435㏊인 조사료 재배 면적도 3만㏊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계획대로 착실히 추진되면 사료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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