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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많이 먹어도 건강에 문제 없다?

입력
2023.0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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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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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최근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권고량을 초과하지만, 이런 식습관이 실제 사망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인 유전체 역학 연구에 참여한 14만3,050명을 대상으로 나트륨·칼륨 섭취와 사망률·심혈관계 사망률 간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 대상자들을 평균 10.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나트륨을 하루 평균 2,500㎎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5,436명 사망했고, 이 중 985명은 심혈관 질환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사망자를 나트륨·칼륨 섭취량 기준 5개 그룹으로 나눠 나트륨과 칼륨 섭취가 사망과 심혈관계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니, 나트륨이 사망률이나 심혈관계 사망률과 관련이 없었다고 했다.

반면 칼륨을 많이 먹은 그룹일수록 사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칼륨 섭취량이 많았던 그룹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섭취량이 적었던 그룹보다 각각 21%, 32% 낮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실 나트륨 섭취보다는 칼륨 섭취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인의 칼륨 섭취가 권장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칼륨은 과일ㆍ채소ㆍ통곡류ㆍ견과류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용량 대비 칼륨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는 바나나ㆍ검은콩ㆍ오렌지ㆍ풋콩ㆍ땅콩ㆍ아보카도ㆍ멜론ㆍ고구마 등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가 ‘나트륨(sodium)을 많이 섭취해도 목숨과는 관계없다’라는 제목으로 주로 보도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소금을 많이 먹어도 건강에 문제 없다고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 ‘라면을 실컷 먹자’는 등의 반응도 적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고량 2,000㎎(소금 5g)의 1.6배 수준인 3,274㎎(2018년 국민영양조사)으로 과잉 섭취하고 있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거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사람은 나트륨을 하루 5,000~6,000㎎ 정도 먹고 있다.

이 때문에 ‘싱겁게 먹기 운동 본부’를 세우고 국민 캠페인을 이끌어온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신장내과)는 “과도한 소금(나트륨) 섭취는 고혈압ㆍ심장 질환ㆍ뇌졸중ㆍ만성콩팥병 등의 원인이며 해악이 담배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유인원 연구에 따르면, 석기 시대 사람은 나트륨을 하루에 750㎎ 먹고, 혈압을 낮추고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칼륨을 1만1,000㎎ 먹었다.

김성권 명예교수는 “현대인은 반대로 나트륨을 5배 이상 섭취하고 칼륨은 석기인의 4분의 1만 먹고 있다”며 “우리가 쓸데없이 매일 많은 나트륨을 먹고 있기에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적게 먹는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질환은 크게 고혈압,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병, 만성콩팥병, 뇌졸중 등 4가지가 꼽힌다. 진료비는 전체의 15.1%나 차지하며, 환자 수도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1,374만 명(유병률 27.7%ㆍ20세 이상)이지만 치료율은 63%, 조절률은 47%에 그치고 있다. 30대 이상 남성은 3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은 고혈압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절실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ㆍ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년까지 나트륨 섭취량을 30% 줄이도록 한 결의 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나트륨 저감화 종합 대책(2012년)’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국민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10년 4,831㎎에서 2018년 3,274㎎으로 30% 정도 줄인 것이다.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40%)은 삼투압을 결정해 혈액량을 조절하는 세포 외액의 가장 중요한 성분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높아지면서 혈액량이 늘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고혈압은 뇌혈관 장벽(BBB)의 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혈관 조직 재생 과정을 변형시켜 심장혈관 및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함으로써 심장병ㆍ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게 정설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심장 특히 좌심실 비대와 관련 있어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사고 위험을 25~30% 줄일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고나트륨 식품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 정도 줄였고, 그 결과로 수축기(최고)/이완기(최저) 혈압이 평균 10㎜Hg 감소했고, 국민의 평균 기대 수명이 5년 연장됐다.

또한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 욕구가 높아져 탄산음료ㆍ과당주스 등 단맛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 효과도 떨어뜨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만들어 비만이 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나트륨 과잉 섭취는 건강을 위협한다. 앞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아직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게 건강을 위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은 김치류(29.6%), 국ㆍ찌개류(18%), 어패류(13.3%) 순이다. 따라서 김치와 국물을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탁 위에 채소를 김치처럼 늘 올려두고 채소에 쌈장이나 소스를 약간만 찍어먹으면 김치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국물은 고염분 음식이므로 가급적 찌개보다는 국으로, 국보다는 숭늉으로 마시는 게 좋다. 국그릇을 절반 크기로 줄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우리 국민은 라면을 즐기는데 라면 1개당 평균 2,143.2㎎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기에 삼가는 게 좋다. 라면을 끓일 때도 스프를 반만 넣고 국물은 먹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바나나ㆍ감자ㆍ아보카도ㆍ키위ㆍ메론ㆍ수박ㆍ토마토ㆍ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한 번이라도 챙겨먹는 것이 좋다.

다만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문제가 생긴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채소를 과식하다간 고칼륨혈증으로 근육마비ㆍ부정맥뿐만 아니라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트륨 섭취가 너무 부족해도 문제가 된다.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정상 농도(L당 140㎜ol)보다 적은 L당 135㎜ol 미만이면 ‘저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

나트륨 농도가 L당 125㎜ol 미만으로 크게 떨어지면 뇌세포 속으로 수분이 옮겨져 뇌가 붓고, 다양한 신경학적인 증상이 발생한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며 구토ㆍ두통ㆍ흥분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정신 이상ㆍ뇌전증 발작으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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