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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쟁취와 이윤창출의 공통점

입력
2023.01.15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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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돈만 벌려고 하면 돈이 벌리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정권 쟁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선거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소 정확하지 않은 인식일 수 있다. 정당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 행복 증진에의 기여이며 그 수단적 목표가 정권 획득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당법 제2조에도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정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행복과 이익증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정권 획득이다. 정권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정당은 국민의 행복증진 활동을 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 정권 쟁취를 정당의 제1목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국민의 행복증진을 저버릴 수 있다. 정권 획득만을 목적으로 유유상종한 무리들이 사리사욕과 권력욕구 충족만을 위해 권좌에 앉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거짓으로 모함하거나 헐뜯고 비난하며 적대시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된다. 인터넷, SNS를 통해 여론 댓글 조작을 하거나 유튜브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언행을 하게 되며, 혹세무민 선동적인 포퓰리즘 행태를 한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정당, 시민단체, 이익집단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우선 정당은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와 차이점이 있다. 또한 이익집단은 자기 집단의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만 관심있는 것과는 달리, 정당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하며 사회 전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목적이 '이윤창출 또는 이윤극대화'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인식은 정당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격'이다. 기업도 이윤창출이나 이윤극대화가 기업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대부분 기업들은 자사의 경영이념이나 설립목적을 '이윤창출 또는 이윤극대화'라고 명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이나 종업원들 그리고 최고경영자들조차도 '이윤극대화'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목적을 내세우고는 본심은 결국 돈을 벌려는 것이 목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 관련 교과서에는 '일반 기업처럼 이윤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사회적기업은…'이라고 하여 마치 사회적기업이 아닌 기업은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한다는 뉘앙스를 준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분명 맞지만 돈만 벌려고 하면, 그 기업은 지속할 수는 없다. 기업 목적은 돈이 아닌 돈 이상인 것들을 동시에 추구하고 달성해야만 한다. '돈만 벌려고 하면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 우리 옛 속설은 진실일 수 있다. 이윤창출은 기업이 달성해야만 하는 여러 목표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2016년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 사고로 삼성전자는 약 2조 원을 들여 리콜하여 전량 폐기했다. 2조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큰 손실을 보더라도 고객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선택을 했다. 1982년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 8명이 사망한 데 대해 미국 FDA는 제조판매사 존슨앤존슨에 시카고 지역의 제품 회수를 권고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시카고뿐만 아닌 모든 지역의 타이레놀을 회수하고 병원과 소비자에게 리콜을 알렸다. 이후 유통단계에서 누군가 청산가리를 넣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존슨앤존슨의 신속하고 진정한 리콜 조치는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만의 이익을 우선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자신의 손실을 감내하는 경우 도리어 더 큰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윤창출이나 이윤극대화는 기업의 궁극 목적이 아니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을 깨닫고 실천하면 우리나라 정당들이나 기업들은 국민들과 소비자들이 더 행복한 세상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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