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 창원·제주 진보단체 연계 주목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지령 이행 혐의
진보단체는 창원·제주서 반박 기자회견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경남 창원과 제주 등지의 진보단체 인사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아 활동하면서 노동계와 정치권 인사들까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혐의를 다지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수사 대상에 오른 진보단체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창원을 중심으로 조직된 민중자주통일전위(자통)와 제주의 ‘ㅎㄱㅎ’ 단체의 이적 활동 의혹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국은 특히 자통이 제주와 전주 등 다른 지역 조직의 상선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김모씨와 경남진보연합 지도부 인사들이 지역 간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2009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조직국장을 지낸 김씨는 2015년 진보진영의 대부로 꼽히는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이 만든 5ㆍ18민족통일학교 상임운영위원장을 지냈다. 압수수색 영장 등에는 김씨가 2016년 자통을 세운 뒤 북한 지령을 받아 반미집회 등을 벌여온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대상이 된 단체에선 당국 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박종철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고 평소에도 주한미군철수와 한미군사훈련반대, 통일운동을 한다"며 "이게 우리 일상인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공안당국은 제주지역 진보인사들이 중심이 된 ‘ㅎㄱㅎ’의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길회의 초성을 딴 것으로 알려진 ‘ㅎㄱㅎ’은 ‘조국통일의 한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2017년부터 북한 지령을 받아 이적 활동을 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 등에는 진보당 제주 지역위원장을 지낸 강모씨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노동계 인사와 농민들을 규합해 조직을 구성하고 이적 활동을 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역 진보진영 인사들도 공안당국이 제기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강씨의 북한 공작원 접촉 여부와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 관계자는 “북측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자통과도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 상영에 대해 "통일부가 승인한 뒤 직접 제작한 DVD를 상영했고, 이후 통일부에 DVD를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공안당국은 그러나 이들이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을 통해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밀정보를 평범한 미디어 파일에 숨겨 전송하는 ‘스테가노그래피’ 방식을 통해 북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특히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의 접촉 여부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통의 활동 근거지가 방산업체가 밀집한 창원이란 점도 주목하고 있다.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경남과 제주지역 진보진영 인사들은 김규현 원장과 안보수사국장, 대변인 등 국정원 고위인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을 피의사실 공표와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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