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5)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5년간 베트남과 동행을 마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부임 이후 유독 약세를 보였던 태국을 상대로 설욕전을 벌인다는 각오다.
박 감독은 13일(한국시간) 오후 9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태국과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16일 태국 홈에서 펼쳐진다. 이 지역 최고 권위로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미쓰비시컵에서 세 번째 우승 도전이다.
박 감독의 '라스트 댄스' 무대는 험난해 보인다. 1996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역대 최다 우승팀(6회)인 태국은 10차례나 4강에 올랐던 베트남을 번번이 무력화시켰다. 태국은 1996년 첫 대회를 포함해 2002년, 2007년, 2020년 4차례나 베트남의 결승 진출을 좌절시켰다. 그나마 두 번의 우승 이력이 베트남의 체면을 살렸다. 이 중 한 차례는 박 감독의 작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021년 12월에 개최된 2020 대회는 못내 아쉽다. 베트남은 당시 태국과 4강전(1, 2차전)에서 1무 1패로 탈락했다. 반면, 결승에 오른 태국은 한국인 지도자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도 격파해 우승을 차지했다. 태국과의 경기가 한국인 감독들의 무덤이 됐다. 이번 대회 4강에서도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태국에 덜미가 잡혀 결승행이 좌절됐고 한국인 감독 간의 결승 대결도 성사되지 못했다.
박 감독이 2017년 베트남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태국과의 전적은 1승 3무 1패다. 2019년 6월 킹스컵 승리(1-0) 이후 무려 3년 반 넘게 태국을 잡지 못했다. 마지막 도전인 만큼 꼭 해피 엔딩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2018년 베트남을 1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이후 4년 만의 재도전이다.
지난 5년 동안 박 감독은 현지 축구 발전에 기여하며 '베트남의 영웅' 대접을 받았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아컵 첫 4강(준우승)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4강(4위), 2019 AFC 아시안컵 첫 8강, 2019 동남아시안게임 60년 만에 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최종 예선 진출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한편 베트남은 박 감독에게 2022년 최고의 외국인 스포츠 지도자 상을 수여했다. 그는 지난 11일 하노이 '빅토리컵' 시상식에 참석해 "5년 동안의 베트남 대표팀과 동행을 마지막으로 끝내는 한 해다. (미쓰비시컵) 결승전이 남아 있다"며 "이를 잘 마무리해야 베트남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승전을 잘 치러서 선수들이 베트남 국민에게 꼭 좋은 소식을 전하도록 맡은 임무를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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