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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 신설과 공공수의학 교육 지원

입력
2023.01.1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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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최근 부산대 수의대 신설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부산대에서 들고 나온 수의대 신설의 주요 논거 가운데 하나가 공공수의학 영역 중 하나인 산업동물분야 수의사 양성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동물이 지구라는 환경 속에서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고, 질병의 발생 원인도 환경과 인간 사회라는 것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따라서 동물, 사람, 환경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수의학 분야의 공공성 영역은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한다.

공공수의학 영역 중 하나가 방역과 산업동물 임상 분야다. 가축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던 30~40년 전에는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가축을 다루는 산업동물 임상 분야를 선택했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수의대 졸업생들은 반려동물 임상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감안하면 이런 상황 자체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고라도, 수의사가 사회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분야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의학 분야에서 응급의료, 흉부외과 등의 어려운 분야에 의사 수련생들의 지원이 감소하자 사회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지원책과 유인책, 장려 등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동물 교육 내실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적으로 산업동물 교육을 담당할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을 설치해 현재까지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운영기관으로 전국의 수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산업동물 임상교육을 담당해 왔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개별 대학의 힘으로 산업동물 임상교육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식에 따른 대비책이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산업동물임상연수원은 농식품부에서 매년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서 전국 수의대 학생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실질적인 산업동물 임상교육을 받을 수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집중적 교육 시스템 구축에 따른 경제적 효용성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모범적 정책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올해로 10년을 넘어서는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은 정책적으로 잘한 일이라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동시에 남기고 있다. 2013년 전임교원 두 명이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 임용된 이후로 가파른 교육생 숫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임교원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쉽게 생각해 보아도 산업동물에는 소, 돼지, 가금류, 말 등 중요한 동물만 해도 여러 종인데 전임교원 두 명이 전국의 수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 모습이 현재 대한민국 공공수의학 분야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대량 소비와 유통에 따라서 산업동물은 대규모로 밀집 사육 관리되고 있다. 마치 현대 사회 대도시의 인구가 초집중된 환경과 같아서 산업동물의 감염병 발생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사람의 코로나19(COVID-19)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재난형 감염질환'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은 국가 경제 생태계를 단숨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기 중 하나가 되었다.

부산대의 수의대 신설 논의를 하는 데 있어 이제는 긴 안목에서 공공수의학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대한 논의로 시선이 옮겨가야 할 때이다. 이런 근본적 고민과 논의 없이 수의대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그동안의 수의학 분야의 오래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시안적 해법으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되어 걱정이 앞서게 된다.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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