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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숨진 '빌라왕' 배후 컨설팅업체 대표 등 전세사기 일당 78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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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숨진 '빌라왕' 배후 컨설팅업체 대표 등 전세사기 일당 78명 검거

입력
2023.01.13 07:58
수정
2023.01.13 18:07
8면
0 0

'빌라왕' 배후 지목됐던 신씨 구속
김씨 앞세워 다세대 주택 628채 매입
세입자 37명 상대 80억 원 가로채

이른바 '빌라왕'들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빌라왕'들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2021년 제주에서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정모씨의 배후에 있던 컨설팅업체 대표와 사기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무자본 갭투기'로 다세대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 보증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 78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제주에서 숨진 빌라 임대업자 정씨의 배후로 지목됐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는 전날 밤 구속됐다. 또 다른 '빌라왕' 김모씨는 지난달 28일 이미 구속됐다.

김씨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다세대 주택 628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매수해 임차인 37명의 전세 보증금 80억 원을 빼앗은 혐의(사기)를 받는다.

무자본 갭투기란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수법이다.

김씨 배후엔 신씨가 있었다. 신씨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차린 뒤 김씨 명의로 다세대 주택을 대거 사들였다. 경찰은 두 사람의 계좌 내역을 분석해 이 과정에 참여한 전세 컨설팅업체 관계자 및 분양업자(브로커) 등 7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은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전세·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에게 분양·컨설팅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나눠 가졌다. 이런 방식으로 취득한 불법 수익은 총 8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이들 일당이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이 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씨의 휴대폰을 압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김씨 외에도 여러 '바지 빌라왕'의 배후라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에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제주에서 숨진 정씨 사건에도 신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씨를 비롯한 다른 '빌라왕'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를 예방하려면 전세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 즉시 임차인에게 통지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특약란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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