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노선 저상버스 도입률 60%대
'장애인 콜택시' 평균 대기 시간 38.9분
양적 성과 대신 장애 특성별 정책 필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001년부터 ‘이동권 보장’ 투쟁을 했다. 지하철 출근길 시위로 과격성만 부각됐지만, 22년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 덕에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등 교통약자 이동 수단이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이런 특별교통수단 확충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느끼기엔 지하철 못지 않게 저상버스와 콜택시 운영 실태 역시 열악하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저상버스는 총 4,687대로 전체 차량(6,681대)의 70.2%다. 노선 기준으로는 총 316개 중 94.6%(299개)에 도입됐다. 시는 2025년까지 모든 시내버스 노선에서 저상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수치만 보면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일단 수치부터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서울시 통계엔 도로 폭이 협소하거나 경사가 가팔라 업체가 저상버스 운행을 포기한 노선 46개와 광역ㆍ급행노선 약 10개가 빠져 있다. 현재 국내 광역ㆍ급행형 좌석버스에는 운행 가능한 저상버스 모델이 없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2027년부터 운행한다는 청사진만 나와있다. 모든 노선을 통계에 포함하면 저상버스 도입 비중은 63%대로 뚝 떨어진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접근성도 별도로 봐야 한다. 이들에겐 정확한 승ㆍ하차 위치 정보 제공과 위험요소 안내 지원이 더 중요하다. 저상버스 운행 대수만 늘린다고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 ‘승ㆍ하차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을 써 본 시각장애인 A씨는 실망감을 토로했다. 그는 “14년 만에 버스를 탔는데, 승ㆍ하차 보조도 미흡했고 전맹(빛을 전혀 지각하지 못하는 장애)의 경우 앱 조작도 번거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은 택시를 가장 선호하지만, 만성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주로 타는 장애인 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지난해 기준 38.9분이다. 30분 이내 탑승률은 절반(50.4%)에 그쳤다. 시각ㆍ신장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콜택시’는 더 열악해 평균 46분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종합하면 장애인들에게는 양적 성과보다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교통수단 도입률을 기준으로 정책을 짜다 보니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소홀히 한 것”이라며 “모든 유형에서 선호도가 높은 택시 이용 대상을 확대하고 저상버스 등은 장애 특성별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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