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봐주기 현직 경찰 간부 기소
다른 수사서 녹음파일... 3년 만 재수사
도박 빠진 경찰관, 4000만 원 대고
자기 사건 피의자 선수로 참여하게 해
경찰관들이 도박장과 얽힌 비리로 법정에 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도박장 운영업자에게 수사기밀을 흘리고 허위 진술을 종용하며 브로커 행세를 하다가 기소되는가 하면, 수사 대상자까지 끌어들여 도박판을 벌이고 자수하려는 피의자들을 협박했다가 구속된 경찰도 있었다.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김윤정)는 경기 평택경찰서 A경위와 B경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겼다. 두 사람은 2019년 도박장을 관리하던 40대 김모씨에게 수사 중이던 도박사건 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019년 7월 평택시 아파트에 꾸려진 도박장 개설자에게 돈을 받고 업장을 관리하는 '바지사장'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개설 당일 경찰이 출동하면서 도박판을 벌인 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씨는 동종전과가 있어 가중처벌 대상인 도박장 개설자 대신 범행 전력이 없는 자신이 뒤집어쓰기로 했다.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A경위에게 전화해 "자수할 테니 단순 도박방조죄로만 (송치)해달라"고 청탁했다. A경위는 김씨 부탁대로 사건 담당인 B경사와 공모해 "지인들 간 단순 카드놀이였다고 진술하면 가볍게 처분될 것"이라 김씨에게 말했다. 김씨는 다음날 도박방조 혐의로만 송치됐고,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묻혀가던 사건은 3년 뒤 검찰 수사로 들통 났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김씨의 다른 사건 수사 중 압수한 휴대폰에서 A경위와의 대화 녹음파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과거 도박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A경위 등 경찰관을 기소했다. 김씨에게는 도박방조죄로 기소유예한 처분을 취소하고, 형량이 무거운 도박장개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는 바지사장에 그친 게 아니라 도박장 개설자와 사실상 동업 관계로 드러났다. 도박방조죄는 3년 이하 징역 내지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도박장개설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김씨를 앞세웠던 도박장 개설자는 소재 불명으로 기소 중지됐다. A경위와 B경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경찰이 수사하던 피의자들과 공모해 수억 원대 도박판에 뛰어들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뒤늦게 드러났다. 대구동부경찰서 소속 C경사는 지난해 1월 “(피고소인) 2명을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기 사건 진정인이 건넨 뇌물 300만 원을 받았다.
C경사는 특히 인터넷 불법 도박인 ‘파워볼’을 즐기던 진정인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도박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돈을 불릴 목적으로 진정인에게 도박 자금으로 4,00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도박판 규모가 점차 커지자 C경사는 자신이 맡은 다른 사건 피의자 3명도 도박판에 선수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C경사는 6억 원대 인터넷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C경사는 도박판 선수 2명이 자수하려고 하자 범행 증거를 감추려고 자신에게 휴대폰을 내도록 하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위해를 가할 듯이 협박하기도 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9월 C경사를 도박과 뇌물수수,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C경사는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