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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장 성장세 주춤해도…에르메스·프라다, 제품 가격 또 올리는 건 '큰손' 확보 경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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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장 성장세 주춤해도…에르메스·프라다, 제품 가격 또 올리는 건 '큰손' 확보 경쟁 때문

입력
2023.01.08 07: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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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 2023년 초 어김없이 가격 올려
성장세 둔화해도 '몸값 높이기' 계속될 듯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대표 제품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백'의 인상 전 가격(왼쪽)과 인상 후 가격 안내 모습. 프라마 공식 홈페이지 캡처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대표 제품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백'의 인상 전 가격(왼쪽)과 인상 후 가격 안내 모습. 프라마 공식 홈페이지 캡처


명품업계가 2023년 들어서자마자 어김없이 또 가격을 인상했다. 보복소비 열기가 식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명품 시장은 성장세가 꺾이고 있지만, 브랜드마다 경쟁하듯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6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①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②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최근 가방, 의류, 액세서리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올렸다. 이에 따라 에르메스의 인기 제품 '가든파티 36'의 가격은 498만 원에서 537만 원으로 7.8%, 프라다의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 백'은 265만 원에서 290만 원으로 9.4% 가격이 뛰었다.

③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주요 제품 가격을 2~6% 올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는 1,142만 원에서 1,169만 원으로 인상됐다. ④샤넬 뷰티도 2일부터 화장품은 평균 8%, 향수는 평균 6.4% 인상했다. 립스틱 '루쥬 알뤼르'의 경우 4만9,000원에서 12.2% 오른 5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해마다 연초 명품의 가격 인상이 관행처럼 굳어진 걸 감안하면 루이비통 등 다른 명품 브랜드도 머지않아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도 명품 '몸값 높이기' 계속 되나

지난해 5월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명품 구매를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줄을 길게 서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해 5월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명품 구매를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줄을 길게 서 있다. 고영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3년 동안은 보복소비로 늘어난 수요가 명품의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많았다. 명품은 자기 만족과 과시욕을 충족하기 위해 구매하는데, 명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면서 희소성이 떨어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보복소비 열풍이 잦아들고,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명품을 사려는 열기가 이전 같지는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46.9%에서 2022년 22.1%로, 롯데백화점은 2021년 35%에서 2022년 25%로, 현대백화점은 2021년 38.4%에서 2022년 22.3%로 성장세가 10~20%가량 꺾였다.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 추이출처= 각 사, 단위=%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2022년 22.1%
25%
22.3%
2021년 46.9%
35%
38.4%


그럼에도 명품 업계가 국내 가격을 계속 올리는 건 더 '큰손'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백화점 관계자는 "2021년 명품 성장률이 워낙 높아 역(逆) 기저 효과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구매 금액이 높은 우수 고객 중심으로 매출이 유지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 위주의 신규 고객이 줄고 있지만, 명품을 즐겨 사던 초부유층은 남들이 갖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 더 큰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명품 시장 성장세가 소폭 둔화됐다고 설명했지만, 지난달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신세계백화점 22.3%, 롯데백화점 10%, 현대백화점 25.8%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낮은 고객 10명보다 상위 5%의 부유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들이 더 사기 어렵도록 가격을 높이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가격을 내리거나 할인을 적용하면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제일 비싼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세가 둔화하는 건 잠깐일 뿐 장기적으로 시장 규모는 커질 것"이라며 "지금 브랜드 전략이 10년 장사를 좌지우지하는 만큼 몸값을 계속 높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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