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 미사 주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명예교황'으로 지칭돼
사흘간 전 세계에서 20만 명 조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5일(현지시간) 장례식을 마지막으로 영면에 들었다. 그가 2013년 교황직을 사임하면서 열렸던 ‘두 교황’의 시대도 10년 만에 저물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이날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 미사를 직접 주례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후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건, 1802년 비오 7세 교황(후임)과 비오 6세 교황(전임) 이후 2번째다. 앞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즉위 8년 만인 2013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누인 소박한 목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바깥 광장에 운구된 것은 장례 미사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삼나무 관 속에는 ①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과 ②그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③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있었다. 이 문서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명예 교황'으로 지칭됐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재위한 8년간 사제들의 성범죄와 결연히 맞서 싸운 점 등이 업적으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편한 무릎 탓에 앉아서 장례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가 몇 년간 우리에게 베풀어준 지혜, 친절함, 헌신에 감사하다"며 "베네딕토여, 마침내 영원히 그분(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대의 기쁨이 완성되길 빕니다"라고 안식을 기원했다.
장례 미사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지하 묘지 안장을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다시 들어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됐고,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장되기 전까지 안장돼 있던 바로 그 묘역에서 영면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현직 교황이 아니기에 교황청은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그의 모국인 독일 대표단만 이번 장례 미사에 공식 초청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장례 미사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안치됐던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사흘간 약 20만 명이 방문해 그의 안식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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