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 철수 작전 도중 부친 전사
유족, 70년 만에 사망 사실 확인
"전사 사실 통지 못 받아 고통"
6·25전쟁 전사(戰死)자의 사망 소식을 70년간 유족에게 알려주지 않은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정재희)는 최근 6·25전쟁 전사자 A씨의 자녀 B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50년 12월 6·25 전쟁 흥남 철수 작전 도중 사망했다. B씨는 69년이 지난 2019년 7월 육군에 아버지 군번을 제시하면서 전사자 확인을 요청했다. 육군 측이 "동일인 판단이 어렵다"고 하자, B씨 조카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전사 확인 요청' 진정을 제기했다. 진상규명위는 2020년 2월 "A씨가 전쟁 중 사망한 게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이에 2021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육군 병적·군적 관리 담당자는 유족에게 전사 사실을 통지할 의무를 저버렸다"며 "아버지가 오랫동안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도 못했고, 유족은 6·25전몰군경 자녀수당 등 혜택도 받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6·25전몰군경 자녀수당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순직한 사람의 자녀에게 매달 지급되는 수당이다.
국가는 ①육군이 1957년 유족에게 A씨의 전사 사실을 통지한 적이 있고 ②2019년 7월 유족의 민원 제기 전까지 A씨의 제적등본을 소지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유족과 소재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통지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법원은 그러나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57년에 전사 사실이 통지됐다면 사망신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1963년에 A씨가 아버지 사망으로 호주를 상속 받았다"며 "국가가 전사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몰자명부 등에 의하면 A씨 입대 당시 주소지를 파악할 수 있고, 유족도 그 주소지에 상당 기간 살았으므로 육군이 전사 사실을 통지할 수 있었다"며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다"라는 국가 측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국가가 70년이 지나도록 전사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B씨는 국가유공자 유족으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갖지 못했다"며 "가족 행방까지 알지 못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실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기간 도과 등을 고려해 배상 규모는 9,000여만 원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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