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순조달 2009년 이후 최대
지난해 3분기 가계 여윳돈이 전년보다 7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이 이어지며 예금 등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움직임은 더 뚜렷해졌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6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4,000억 원 줄었다. 2021년 2분기(24조5,000억 원) 이후 최저치다. 순자금운용액은 가계가 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0보다 크면 그만큼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상 회복 본격화와 함께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되면서 금융자산으로 순운용한 자금 규모가 줄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1년 사이 은행 대출금리가 1.6배(3.09%→4.81%)가량 오르자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대출을 줄였다. 그 결과 자금조달금액은 2021년 3분기 50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조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금운용액이 더 큰 규모로 축소되면서 순운용액을 끌어내렸다. 저축성예금은 전년 대비 17조3,000억 원 늘었지만, 주식이 22조1,000억 원이나 줄어든 게 단적인 예다. 2021년 20%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7.9%까지 떨어졌다. 반면 예금 비중은 43.6%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 순자금조달은 61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조3,000억 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분기 이후 액수가 가장 많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금융기관 차입이 늘고, 자금 운용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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