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말 전원회의 물갈이 인사
박정천 문책성 가능성엔 물음표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비서가 돌연 해임됐다. 지난해의 군사 성과와 올해 핵무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선봉에 나설 장수를 바꾼 것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6~31일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맡아온 두 자리에 리영길 국방상(국방부 장관)을 기용했다. 박정천의 다른 직책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경우, 이날 북한 매체들은 신년 경축대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행사에 참석한 다른 위원들과 달리 그를 호명하지 않았다. 박정천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정천은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북한의 대표적 포병 전문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막강한 신임을 받으며 군사부문을 총괄해왔다. 2019년 대장, 2020년 차수에 이어 원수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2021년 6월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을 물어 차수로 강등되는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2개월여 만에 군부 서열 1위 자리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4월 열병식에는 다시 원수복을 입고 등장했다.
관심은 김 위원장이 박정천을 완전히 내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아직 복귀할 여력이 남아 있는지에 쏠려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회전문 인사'로 군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충성 경쟁을 유도하곤 했다.
특이 이번 인사는 시점상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 관료들을 질책했다. 반면 군사분야 성과를 부각하며 2023년에도 핵무력 강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 중앙군사위의 부위원장은 교체한 것이다. 당근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채찍을 휘두른 셈이다.
아직 경질 배경을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문책성'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관련 정황이 포착된 것은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박정천은 상징적 원로 정치인으로 남겨두고 실질적인 일은 실무형 인사에게 맡기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대한 구체적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건강 문제, 세대교체 일환일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박정천과 달리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따라서 그가 잔류했다면, 북한 당 중앙군사위는 기존 리병철과 새로 승진한 리영길의 공동 부위원장 체제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리영길 진급으로 공석이 된 국방상 자리는 강순남 당 민방위부장이 임명됐다. 리태섭 군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은 박수일 사회안전상과 자리를 맞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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