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화재 사망 5명 신원 확인... 경찰, 발화 원인 수사 집중

경찰, 유족 DNA 비교해 사망자 시신 인계
여성 3명·남성 2명, 부검 진행해 사인 조사
발화 트럭 업체 압수수색... 사고 원인 규명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처음 불이 난 폐기물 집게차 트럭을 감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로 숨진 5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시신도 유족에게 인계됐다. 경찰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발화 이유 규명을 위해 처음 불이 난 폐기물 운반 트럭이 소속된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사고 원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정보(DNA) 감정을 거쳐 피해자 5명의 신원을 전부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피해자는 여성 3명, 남성 2명이며 연령대별로는 60대 3명, 30대 1명, 20대 1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시신은 모두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반대쪽인 인천방향에 있던 차량 4대에서 발견됐다. 방음터널 입구에서는 200~3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유족 동의를 얻어 DNA를 채취한 후 국과수 감정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부검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로 했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성 3명 중 2명은 모녀 관계로 밝혀졌다. 나머지 3명은 각자 차량에서 발견됐다. 20대 딸이 뇌졸중을 앓는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경기도 외곽의 찜질방에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여전히 발화 원인이 미궁인 만큼, 전날 수사관 10여 명을 투입해 트럭이 속한 폐기물 수거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트럭 운전자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갑자기 차량 하부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고, 자체 진화가 여의치 않아 119에 신고 후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화재로 당분간 터널은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감식이 필요한 데다,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는지 등 안전성을 정밀 조사할 관계 기관의 시설물 안전 진단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49분쯤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5톤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불똥이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MMA) 재질의 방음터널 벽에 옮겨붙으면서 급속히 번졌다. 사망자 5명 외에 41명이 다쳤고, 총 길이 830ｍ 가운데 600ｍ 구간이 전소됐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