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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쇼핑몰 부대사업?… 주객 뒤바뀐 어등산 관광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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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쇼핑몰 부대사업?… 주객 뒤바뀐 어등산 관광 개발

입력
2023.01.02 10:00
수정
2023.01.02 10:04
0 0

신세계 복합 쇼핑몰 제안서 보니
유원지 땅 34%가 상가 면적 '최다'
기존 토지 이용 계획보다 5.9배 ↑
관광·오락 시설 면적은 13% 그쳐
광주시, 관광 사업 계획 바꿀 듯
"쇼핑몰 사업 희생양" 비판 거세
"시장 치적 쌓기·재벌 특혜" 비난도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부지 내에 짓겠다고 제안한 복합 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투시도.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부지 내에 짓겠다고 제안한 복합 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투시도.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에 새로운 희망의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기자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날 신세계프라퍼티가 어등산 관광 단지 안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고 제안서를 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 쇼핑몰 투자 계획이 17년째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는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의 전환점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강 시장은 그러면서 "투명성과 공정성, 신속성에 기초해 어등산 관광 단지를 대한민국 넘버원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도록 제안서 검토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도 묻어났다. 강 시장 스스로 밀린 숙제로 표현한 '5+1' 지역 현안 사업 중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을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았던 터라,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강 시장의 기대와 달리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이 대규모 복합 쇼핑몰의 부대사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낸 제안서가 특급호텔 등 관광 인프라 확충 및 관광 산업 활성화라는 당초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목적과 동떨어진 복합 쇼핑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이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제안한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부지(유원지) 이용 계획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유원지 땅 41만7,531㎡(12만6,500여 평) 중 스타필드가 들어설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을 4만3,545평(34.4%)으로 잡아 놓았다. 또 숙박 시설 지구를 3만6,870평(29.19%), 공공편익 시설 지구를 2만9,358평(23.2%)으로 각각 계획했다. 관광·휴양·오락 시설 지구는 1만6,530평(13.08%)에 그쳤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제안한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은 광주시가 그간 토지 이용 계획상 2만4,170㎡(7,311평)로 묶어 놓았던 것보다 무려 5.9배나 큰 규모다. 반면 나머지 시설 지구 면적은 광주시 토지 이용 계획 면적보다 적게는 4,700여 평, 많게는 9,160여 평이 줄었다.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측면에서 보면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관광·숙박·레저 시설을 배치했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이 계획은 광주시가 관광진흥법상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계획을 바꾸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광주시는 이미 계획 변경을 공식화했다.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 방식을 일반 공개경쟁에서 제삼자 사업 제안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최초 개발 사업 계획을 제안하면 발주처가 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 제삼자에게도 사업 제안 기회를 줘 효율적 개발을 꾀하기 위해 시행하는데, 통상 최초 제안자에겐 평가 점수에 가점이 부여된다.

문제는 광주시가 생뚱맞은 '복합 쇼핑몰 사업 제안서'를 낸 신세계프라퍼티에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의 최초 제안자 자격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광주시는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 쇼핑몰 사업 제안서를 토대로 어등산 관광 단지 토지 이용 계획과 개발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시는 사업 추진 이후 지금껏 중소상공인 보호 등을 이유로 유원지 내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을 늘리는 방안엔 전혀 손대지 않았다. 2019년엔 상가 시설 면적을 기존보다 2배 늘리려다가 중소상공인들의 반발로 포기하기도 했다.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추진이 복합 쇼핑몰 사업에 치여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27일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한 서진건설이 소송을 포기하자 사업자 재공모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튿날 신세계프라퍼티가 기다렸다는 듯 복합 쇼핑몰 제안서를 내자 후속 절차를 중단했다. 현재로선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추진은 광주시 복합 쇼핑몰 신활력행정협의체가 신세계프라퍼티의 제안에 대한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한 뒤에야 가능하다.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이 복합 쇼핑몰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이를 두고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이 복합 쇼핑몰 사업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며 "강 시장의 치적을 만들기 위한 조급함이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을 복합 쇼핑몰 사업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쇼핑도 관광 테마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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