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는 포트폴리오 확장에 무게
한화는 대우조선 약점 보완에 방점
선박 엔진 제조 강자로 꼽히는 STX중공업이 2023년 상반기 중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다 경영 위기를 맞아 2014년 해체된 STX그룹 내 알짜 회사였던 STX중공업이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오자,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한국조선해양)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될 한화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HD현대 한화는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 연초에 본격 실사를 펼칠 예정이다. 인수 대상은 사모투자펀트(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로, 인수 금액은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전은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을 이어 받을 '절친' 정기선 사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인수전 구도로도 해석돼 더 흥미롭다.
두 회사가 본입찰에서 경쟁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일단 두 회사에 STX중공업은 꽤나 매력적인 기업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조선업 전반을 봐도 투쟁심을 자극할 매물이 나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 STX중공업은 두 회사 모두 품고 싶어 할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조선업황이 살아나면서 각 사의 투자 여력이 생기는 점도 이들이 STX중공업 인수에 뛰어든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두 회사가 STX중공업의 엔진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HD현대는 포트폴리오 확장, 한화는 약점 보완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 엔진 제조 능력이 뛰어나지만 STX중공업이 중소형 엔진 제조 능력이 뛰어나 매력적"이라고 했고,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엔진을 구매하기보다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예비 입찰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친환경 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하는 선박 엔진을 만들고, 탄소중립에 조금 더 다가서는 데 도움 될 엔진 개발 기술 확충이 관건인 상황도 STX중공업 인수전 열기가 뜨거워진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STX중공업은 독일 만에너지솔루션(MAN-ES)과 기술 제휴를 통해 세계 최초로 LPG 이중연료엔진(LGIP)을 개발해 시운전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는 처음 LNG 운반선에 들어가는 이중연료 소형 엔진을 국산화했다"며 "STX중공업을 품을 경우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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