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살해 뒤 오전부터 신용카드 사용
경기북부경찰청, 오후 1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이 모씨가 28일 경기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살인 및 사체 은닉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양=서재훈 기자
경기 파주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32)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29일 결정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이씨는 지난 7~8월과 지난 20일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거나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장소인 이 아파트는 숨진 동거녀 소유였다. 이씨는 살인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경찰 수사 결과 새로운 범죄 혐의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두 건의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고 7,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특히 택시기사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일 밤 11시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1일 오전부터 피해자 신용카드를 들고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택기기사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고 술값과 유흥비를 결제하는 데 썼다. 이 금액에 대출금을 더하면 약 5,000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두 사건 모두 “다툼 중 홧김에 그랬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점으로 미뤄 계획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 은폐 정황도 계획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씨는 지난 7~8월 택시기사를 숨지게 한 집의 실소유주인 동거녀 B씨 살인 사건의 경우, “생활비 때문에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범행 직후 시신을 주도면밀하게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동거녀가 사망하자 시신을 캠핑용 왜건에 담아 옮기려다 크기가 작아 용이하지 않자, 천으로 된 차량용 루프백에 담은 채로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혈흔이 묻은 캠핑용 왜건은 확보했으나, 이씨가 범행 때 사용한 흉기와 시신을 옮긴 차량용 루프백은 찾지 못했다.
앞서 이씨는 20일 밤 고양시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교통사고 합의금을 많이 주겠다”며 택시기사 B씨를 파주 집으로 유인해 사건 당일 살해한 혐의로 2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시신을 옷장에 숨긴 뒤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하다 시신을 발견한 여자친구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당시 이씨의 여자친구는 고양이 사료가 떨어져 사료를 찾다 끈으로 묶여있던 옷장 문을 열었는데 짐들 아래에 시신을 발견하고 놀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의 정신 상태와 범행 동기를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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