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키워드로 보는 영화계
3년 만에 1,000만 영화(‘범죄도시2’)가 나왔다. 칸영화제에서 감독상(‘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남자배우상(‘브로커’의 송강호)을 한국 영화인이 함께 수상하는 진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2022년 영화계에는 희망찬 소식만 들린 건 아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전체 관객 수가 1억 명(약 1억1,2000만 명 추정)을 넘어섰으나 극장가에는 먹구름 낀 날이 더 잦았다. 올해 영화계를 5개 키워드로 돌아봤다.
①속편 천하
속편들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범죄도시2’(1,269만 명)를 비롯해 ‘탑건: 매버릭’(817만 명), ‘공조2: 인터내셔날’(698만 명), ‘아바타: 물의 길’(601만 명ㆍ상영 중) 등 흥행 5위(27일 기준) 안 4편이 속편이었다. 흥행 6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 명)와 9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83만 명), 10위 ‘마녀2’(280만 명)도 전편이 있는 영화들이었다.
속편의 초강세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재택 기간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에 익숙해진 관객을 불러 모으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3차례나 오른 영화 관람료 부담이 작용하기도 했다. 속편처럼 재미가 보장된 영화가 아니면 극장을 찾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②관람료 인상
5월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해제에 맞춰 개봉한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 정상화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극장가 최고 대목인 여름에 ‘외계+인’ 1부(153만 명)와 ‘비상선언’(205만 명)이 예상보다 못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는 등 관객 수가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관람료 인상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3월 영화 관람료가 주말 2D 일반관 기준 1인당 1만5,000원이 되면서 관객의 지출 부담이 커졌다. 관객은 영화를 더 깐깐하게 고르게 됐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관람료 인상은 관객 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렀다”며 “좌석별, 시간대별로 관람료를 세분화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논의할 때”라고 주장했다.
③약체의 반란
대작이 부진한 반면 약체로 꼽히던 영화들이 선전했다. ‘올빼미’가 대표적이다. 신인 안태진 감독이 연출한 ‘올빼미’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수 제작비가 90억 원이었다. 비수기인 11월 23일에 개봉하고도 흥행 8위(313만 명ㆍ상영 중)에 올랐다. 대작 ‘외계+인’ 1부(순제작비 330억 원)와 ‘비상선언’(260억 원)보다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
‘육사오’도 예상 밖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198만 명을 모았다. 순 제작비 50억 원으로 198만 명을 모으며 알짜 흥행을 일궜다. 김효정(한양대 미래융합학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는 “‘육사오’는 오랜만에 나온 웰메이드 코미디, ‘올빼미’는 새 형식의 사극이라 눈길을 끌었다”며 “규모보다는 소재나 주제로 관객에 어필하며 사랑받았다”고 평가했다.
④OTT 러시
유명 감독들이 OTT 드라마를 유난히 많이 연출한 해였다. ‘은교’(2012)의 정지우 감독은 ‘썸바디’를, ‘완벽한 타인’(2018)의 이재규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을, ‘공작’(2018)의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을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 ‘사도’(2016)의 이준익 감독은 드라마 ‘욘더’를 티빙에서,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은 ‘카지노’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로봇, 소리’(2016)의 이호재 감독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왓챠에서 각각 선보였다.
감독들이 OTT로 몰리면서 극장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선보이지 못한 한국 영화가 다 소진되는 1, 2년 후가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⑤영화제들 수난
영화제들이 잇따라 수난을 겪었다. 2019년 첫발을 디딘 강릉국제영화제는 강릉시로부터 폐지 통보를 받았다. 예산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김홍규 강릉시장의 판단이 작용했다. 2019년 시작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강원도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며 폐지 위기에 놓였다.
집행부 관련 마찰음을 낸 영화제들도 있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예산이 4억9,000만 원 초과한 것과 관련 조성우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이 해임되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달 집행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다. 배우 정준호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이에 반대하던 영화제 이사 3명이 사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