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생 수업 도중 휴대폰 무단 사용
교사에게 적발됐는데도 휴대폰 제출 안 해
교내봉사 2시간... 1시간은 '교사에 사과 편지'
항소심 "사과 편지는 인격 형성 교육 일환"
대법 "교내봉사에 사과 편지 당연하지 않아"
중학교 3학년 A양은 2019년 2학기 7교시 수업 도중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볼일을 마친 A양은 교실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복도 바닥에 앉아 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양의 '몰래 휴대폰 사용'은 생활지도담당 교사에게 적발됐다. 교사는 "휴대폰을 내라"고 했지만, A양은 입을 꾹 다문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지시 불이행"이란 교사의 경고도 통하지 않았다. A양은 뒤이어 온 학생부장의 휴대폰 제출 지시에도 불응했다.
학교 측은 결국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무단 사용했고, 교사 지시도 따르지 않았다"며 A양에게 교내 봉사 2시간 징계를 내렸다. 교내환경 정화 활동과 교사에 대한 사과 편지 작성을 1시간씩 부과했다.
교내봉사에 '사과편지 작성' 무조건 포함될까
A양은 징계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1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뒤 법정에서 줄곧 "부당한 징계"라고 주장했다. ①학교 측이 선도위원회 개최 사실을 이틀 전에야 문자로 통지하는 등 절차적 위법이 있고 ②휴대폰 제출 요구 자체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사과 편지에 대해 "원치 않는 의사를 억지로 표현하게 해 행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징계 전력이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아 A양이 장래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2심 법원에선 A양 주장을 살펴본 뒤 모두 기각했다. 특히 A양 측이 양심의 침해라고 주장했던 사과 편지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과 편지는 학생에게 잘못을 깨닫게 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는 윤리의식을 체득하도록 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게 하는 교육의 일환이며, 학교 내규 역시 심성교육이란 교내 봉사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그러나 이달 초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학교 규정은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도록 징계 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구 초·중등 교육법에 따라 제정됐다"며 "사죄를 강제하는 사과 편지가 언제나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하거나, 교육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징계 자체는 정당하지만, 교내 봉사에 교사에 대한 사과 편지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심성교육은 교내 봉사로 달성할 교육 목표"라며 "정확한 규정이 없다면 사과 편지 작성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내 봉사 징계 범위에 관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다만 징계 방법으로 '교사에 대한 사과 편지'가 명시돼 있다면, 그 규정 자체가 적법한지에 대해선 따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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