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출소' 김경수 "통합은 우격다짐으로 되지 않아"

김경수 전 경남지사, 28일 0시 기해 특별사면 출소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0시를 기해 신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둔 김 전 지사를 복권 없이 사면했다. 그러나 그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0시 5분께 경남 창원교도소를 나오며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다. 추운데 나오신 분들께 미안하고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석방 불원서'에서 밝혔듯 원치 않는 사면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입장을 전한 셈이다.

이날 교도소 정문 앞에는 100여 명의 지지자들과 경찰 병력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 전 지사의 배우자 김정순 여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홍철·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 등도 자리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며 "원하지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선물을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다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지사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해와 포용을 통한 국민 통합'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명분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마지막으로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한 지난해 7월 26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날 사면에도 불구하고 복권이 되지 않아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 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