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수백 건
책임자 사법 조치에 7억여 원 과태료 부과
SPC "지적한 사항 조치 중...개선하겠다"
20대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SPC그룹 전체에 대해 강력한 감독에 나선 결과, 다수 사업장에서 법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안전보건 조치뿐 아니라 12억 원이 넘는 체불임금까지 적발된 SPC 계열사에는 약 7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0월 28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약 한 달간 SPC그룹의 18개 계열사 58개 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기획 감독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기획 감독은 10월 15일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식품혼합기에 끼어 숨지고, 8일 뒤인 23일 또 다른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시작됐다.
①산업안전 분야: 12개 계열사 52개 사업장 중 45곳 법 위반
감독은 산업안전 분야와 근로기준 분야로 나눠 이뤄졌다. 산업안전은 12개 계열사 52개 사업장이 대상이었는데, 이 중 86.5%인 45개 사업장에서 277건의 법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의 기계에 대해서는 사용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망사고의 원인이 된 식품혼합기는 2013년 이전에 생산돼 방호덮개가 의무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로 설치했어야 하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게 문제"라며 "이 외에도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정비 시 운전정지를 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26개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자에 대해서는 사법조치(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와 관련해 부과된 과태료는 6억1,550만 원이다. 대부분 공장에 대해 내린 처벌이지만 계열사 한 곳의 본사에는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 미선임 등 10건의 법 위반 책임을 물어 과태료 2,600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②근로기준 분야: 15개 계열사 33개 사업장 전부 법 위반
더 큰 문제는 근로기준 분야다. 고용부는 15개 계열사의 33개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감독했는데, 총 12억 원이 넘는 체불임금과 11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것만 2만 9,929명에게 12억8,500만 원이었다. 이 외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2,800만 원(154명) △상여금 4,600만 원(42명) △퇴직금 2,400만 원(157명) △기타수당 3,000만 원(84명) 미지급도 있었다.
유급휴일에 근무를 시키고도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지 않은 노동자에게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근무하게 하기도 했다. 6개 계열사는 현행법상 10일이 보장되는 배우자에 대한 출산휴가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거나, 산후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연장근로한도(주 6시간)를 초과해 근무시키는 등 모성보호법 위반 사례도 나왔다. 류 본부장은 "인사·노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은 15개 사업장에 7,2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5곳 책임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류 본부장은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간의 특정 사업장 특별근로감독과 비교하면 결코 약한 강도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강한 단속과 감독뿐 아니라 자기규율에 따른 사고 예방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감독 결과 발표에 대해 SPC 관계자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이미 개선을 시작해 산업안전 관련 99%, 근로감독 관련 80%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사안들도 조속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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