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심의 기관, 강제 매각 논의
2020년 트럼프 정부 이후 2년 만
"틱톡 실질적 위협" 우려 커진 탓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부 강제 매각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업권 매각을 추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서비스를 유지하되 감시를 강화한다는 접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틱톡으로 인한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이 커지자 결국 채찍을 꺼내 드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보당국 틱톡 사업부 매각 찬성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가 틱톡 미국 사업부 강제 매각 방안을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FI는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및 기업 인수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를 조사하는 범정부 기관이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법무부가 매각을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은 15초~3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중국 대형 정보기술(빅테크)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모회사와 분리해야 한다는 게 미국 정보·사법 당국의 주장이다. 리사 모나코 법무부 차관은 WSJ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위해 글로벌 기술과 표준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틱톡은 미국에서 퇴출당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함께 미중 신냉전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미국은 시진핑 정권이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 1억 명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에 불리한 가짜 뉴스를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8월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며 현지 사업권을 미국 회사에 매각하라고 바이트댄스를 압박했다. 당시 바이트댄스는 미 통신장비업체 오라클과 ‘틱톡 글로벌’을 세우기로 하고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같은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며 동력을 잃었다. 그가 백악관을 떠나자 협상은 중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트럼프처럼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때리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대신 정보 유출 방지에 방점을 뒀다. 미국 사용자 정보 저장 서버를 운영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따로 두고 이들이 데이터를 관리하게 하자는 방안이었다. 바이트댄스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논란이 해소되는 듯했다.
◇”중국 안에서 모든 게 보인다” 우려
그러나 틱톡을 향한 미국의 불신은 꺾이지 않았다. 정치권과 정부에선 “양의 탈을 쓴 늑대”라거나 “중국 정부 꼭두각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크리스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중국 정부는 틱톡을 통해 이용자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고, 추천 알고리즘을 통제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 증거’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지난 6월 틱톡 내부 회의록을 인용해 바이트댄스 본사에서 미국 틱톡 사용자 데이터에 반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회의록에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라는 틱톡 직원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달 22일에는 바이트댄스 직원들이 미국과 영국 기자들의 계정 데이터에 무단 접근한 사실도 드러났다. 본사가 빠르게 이들을 해고했지만, 중국 베이징에 앉아 전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후 나흘 만에 미국에서 강제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틱톡을 실질적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강제 매각에 신중한 입장이다. 틱톡과 장기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탓이다. WSJ는 “재무부는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통해 틱톡의 동영상 추천 기술의 해외 이전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강제 매각에 대응할 것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이 미국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 역시 우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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