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
한국특허정보원 원장
2018년 3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화교자본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퀄컴 인수 시 중국이 세계 5G 기술 시장을 독점하게 돼, 미국에 대한 국가적 위협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다음해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대일 의존도가 높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를 대상으로 자국의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이 경쟁 국가의 제품별 시장점유율, 보유 기술, 핵심 기업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관리하는 산업 경쟁력 포지셔닝 맵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내린 결정으로, 일본 특허청을 관할하는 경제산업성의 주요 분석 요소로 특허데이터가 활용되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전 세계 약 5억 건 이상의 방대한 특허데이터는 국제표준으로 규격화되어 있고, 기술지식의 대용 지표로도 사용 가능하여 실질적으로 모든 기술 분야의 혁신활동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과학과 산업의 중간 위치에서 두 영역의 기술 흐름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과학과 기술 간 또는 기술, 기업, 산업, 국가들 간의 연관성 조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는 특허데이터를 통한 객관적 분석으로 국가별 선도 기술, 핵심 기업 그리고 과학기술 인재 등의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허데이터 중 전략적 활용 가치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특허인용데이터와 인명데이터를 들 수 있다. 특허인용데이터는 신흥 기술 영역에서의 과학적 영향력에 대한 정책적 판단 지원, 기술의 흐름 및 파급효과와 특허의 가치 측정 등 기업의 전략적 행동 파악에 활용되고 있으며, 인명데이터는 국가 정책 상 중요 기술 분야에 대한 산학연 종사자의 활동 현황 파악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특허데이터는 신속·정확하게 과학·산업데이터와 연계될 때 그 안에 내재된 활용 가치가 극대화되고, 신기술·신산업의 경우 태동의 분화 주기가 짧은 점을 고려하여 과학, 특허,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핵심 연결 고리인 특허 중심으로 재편하고, 상호 연계가 상시적으로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리하여 특허의 기술분류와 과학의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 그리고 산업의 한국표준산업분류 등이 자유롭게 연계되고, 이에 더하여 논문과 특허의 부가정보를 포함한 각 분야별 보유 데이터의 통합 분석까지 가능해진다면, 경제·산업 분야의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 이보다 더 유용한 도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이 특허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이 중요해짐에 따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국회는 경제·산업 등 타 부문과의 융합·분석·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산업재산 정보의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해 심의 중에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특허정보원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특허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등 지식재산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허데이터에 최적화된 AI 언어모델 2종(KorPatBERT, KorPatELECTRA)을 구축해 현재 66개 기관·기업·연구자들에게 보급하는 등 AI 기반의 지식재산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특허데이터에 대한 AI 기계번역, 유사검색 등 다양한 솔루션도 연구 개발해 특허행정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경제·산업 분야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DNA(Data, Network, AI)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한국특허정보원이 특허 데이터의 新가치 창출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미래성장 동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 발견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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