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양인모와 '더 위너스'
공동 우승 롱 티보 콩쿠르 결선곡으로 1부 꾸며
디토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죽는 날까지 피아노 공부하고파"
체스의 그랜드마스터(세계체스연맹이 최고 수준의 선수에게 부여하는 타이틀)가 되고 싶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꿈도 펼치고 싶다. 지휘와 드럼 연주, 코딩에도 관심이 많다. 피아니스트 이혁(22)은 재주도, 꿈도 많지만 다방면에 걸친 관심의 전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성장'이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공동 우승을 기념해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혁은 "죽는 날까지 피아노를 공부하며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연주를 매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니까 피아노를 평생 친구로 삼고 배워가는 게 음악가로서의 꿈"이라며 "콩쿠르 우승으로 많은 연주 기회를 얻었지만 상을 탔다고 해서 음악가적 삶이 달라지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이혁은 롱 티보 콩쿠르뿐 아니라 최근 여러 콩쿠르에 출전했다. 2018년 하마마츠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고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에선 우승했다.
그는 "콩쿠르 준비에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힘들지는 않다"며 "콩쿠르는 경연의 장이라기보다 하나의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참가자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여 페스티벌처럼 서로 응원하고, 다른 참가자를 통한 음악적 배움도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혁에게 롱 티보 콩쿠르를 준비하는 기간은 시련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0대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러시아에서의 학업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든 도시와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 떠나야 했을 때 아쉽고 슬픈 마음이 컸다"고 했다. 현재는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의 마리안 리비츠키 교수 문하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이혁의 다재다능한 면모는 부모님의 지지 덕분이다. 3세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함께 시작하고 몇 년 후부터는 체스도 함께 배울 수 있게 해 줬다.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 체스대회에서 3위에 입상할 정도로 수준급 체스 실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가로서의 삶이 1순위"인 이혁에게 "사회에 음악으로 보탬이 되는 것" 역시 오랜 꿈이다. 지난 20일엔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수익금은 중앙대병원 어린이병동 소아 환우를 위해 기부했다. 이 공연의 해설은 7살 터울 동생인 피아니스트 이효가 맡았다. 새해에 프랑스·폴란드 등 유럽의 연주회와 9월 금호아트홀 독주회 등 국내외의 다양한 연주 일정이 예정돼 있는 이혁은 동생과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도 많이 열 계획이다.
이혁은 지난 5월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더 위너스’ 콘서트를 연다. 이혁은 1부에서 롱 티보 콩쿠르 결선곡이기도 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이병욱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프로코피예프가 남긴 피아노 협주곡 5개 중 해학적이고 역동적인 다른 곡과 달리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곡이에요. 프로코피예프가 어두운 인생을 살던 시기에 작곡된 곡이어서 어렵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죠. 콩쿠르가 됐든 연주회든 상관없이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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