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이병규호’가 호주프로리그(ABL) 재개를 앞두고 있다.
9명이 귀국하고 7명이 새로 합류한 질롱코리아 선수들은 부상 없는 후반기 완주와 함께 KBO리그에서의 새 시즌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비시즌 휴식을 반납한 이들은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쌓아 KBO리그에서 도약, 재기를 꿈꾸며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귀국한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고 큰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 부담없이, 2군 강등 압박없이 편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경기에 임한 것이 최대 효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소속팀에서 출전이 제한적이었던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는 이병규 감독의 배려, 동시에 탈없이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 마지막으로 이 감독의 야구 철학인 적극성 주입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제구력을 장착하고 돌아온 파이어볼러 장재영(키움)은 "맞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승부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호투 비결을 들었다. 장재영은 6경기에 등판해 30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37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9개에 불과할 만큼 제구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입단 전부터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제구 불안에 발목 잡혀 성장이 정체됐던 장재영에겐 호주리그가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재영과 정이황(이상 한화)도 내년 시즌 한화 마운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은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시작으로 매 경기 5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당당히 선발 경쟁력을 갖췄다. 2019년 입단 뒤 1군 경험이 전무했던 정이황도 3선발로 활약하며 6경기에 등판,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김태현(NC) 최지민(KIA) 오윤성(키움)은 허리를 든든히 받쳤다. 김태현은 11경기에 등판해 1패 3홀드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고, 최지민은 9경기에 나가 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90, 오윤성은 2승 1패 2홀드에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며 새 시즌 희망을 밝혔다.
타선에선 2022시즌 시범경기 스타 송찬의(LG)와 ‘구원왕 출신 홈런타자’ 하재훈(SSG)의 파워가 돋보였다. 개막 3경기 연속홈런으로 화끈하게 출발한 송찬의는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5(56타수 21안타)에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48로 염경엽 LG 신임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시즌 개막엔트리에 들고도 수비 포지션 문제와 맞물려 1군 적응에 실패했던 송찬의로선 1군 선수로 재도전할 수 있는 검증을 받은 셈이다. 하재훈은 14경기에서 팀 내 최다홈런(7개)을 터뜨리는 등 타율 0.292(48타수 14안타)에 1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타자 전향 연착륙을 예고했다.
KIA의 3년차 내야수 김규성과 거포 유망주 김석환도 호주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세대교체 기로에 놓인 KIA 타선에 한 줄기 등불이 되고 있다. 김규성은 14경기에서 타율 0.306에 11타점으로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고, 김석환은 10경기에서 타율 0.294에 4홈런, 10타점, OPS 1.105에 장타율 0.676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이병규 감독은 “자신감을 키운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갖춘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질롱 코리아는 29일부터 시드니 블루삭스와 7라운드 4연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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