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은 명소 시민 대거 몰려
인원 제한 없는 예배·미사 재개
참사 여파, 경찰 인파관리 총력
2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성탄절을 맞아 이른 시간부터 인파로 북적댔다. 상점마다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만둣집에는 개시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 행사도 제한 없이 진행되는 등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연휴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경찰이 인파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덕에 별다른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상 회복의 파급력은 전국 주요 성당과 교회에서 열린 성탄 축하 미사ㆍ예배에서 부터 감지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새벽과 낮 1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집전하는 미사를 개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오전 7시를 시작으로 6차례의 성탄절 축하 예배를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해 비대면 행사로 열린 2020년과, 대면 의식을 허용했으나 참석자 수가 제한된 지난해와 비교하면 두드러진 변화다.
전날 밤 홍대, 강남역 등 서울 시내 곳곳도 성탄 전야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건물 전면에 설치된 대형 영상을 볼 수 있어 겨울 명소로 떠오른 중구 신세계백화점 앞에는 수많은 시민이 ‘인증샷’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연인과 명동을 찾은 유모(29)씨는 “‘익숙한 북적임’ 속에서 연말을 보내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행복해했다.
다만 참사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명동 거리 노점상 300여 곳은 전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았다. 이날 장사를 재개한 상인 노경범(41)씨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놀랐다. 무사히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고 했다.
경찰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의 주요 인파 밀집 예상지역에 경찰관 656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전날에는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 행인과 관람객 등 인파가 뒤섞이자 경찰관이 우회를 유도했고, 지하쇼핑센터 입구로 통하는 좁은 길목에선 병목현상을 방지하려 일방통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찰을 도와 인파 관리에 나선 상인들은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노점상 정만석(43)씨는 “대부분 시민이 참사를 의식한 듯 안내에 잘 따라줬다”며 “참사를 계기로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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