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반정부 감시단체와 증언 취합
시위 지지 유명 축구선수도 포함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방 세계가 들떠 있는 사이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수십 명이 사형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란 사법부가 사형 선고를 받은 일부 시위 참가자에 ‘재심’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국제사회는 그간 공개 사형 집행 등 잔혹성을 보여온 이란 정부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와 함께 공식 문서와 영상, 목격자 증언을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구금된 이들 중 최소 43명의 사형 집행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사형수 가운데는 축구선수 아미르 나스르 아자다니(26)도 포함됐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자다니는 지난달 16일 이스파한에서 시위 중 민병대원을 포함한 보안군 3명을 살해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아자다니의 지인은 그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당국 관계자에게서 들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형 집행대가 설치된 이스파한의 광장에는 아자다니의 지지자들이 매일 찾아와 사형 집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사형수들 대부분 ‘모하레베(알라의 적·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라는 죄명으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이들을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고문하면서 자백을 강요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도입된 ‘모하레베’는 정부에 반대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적용돼 왔으며,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이 선고된다. 기소된 이들은 단 한 차례의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며 항소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란 정부가 이들의 사형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형수의 부모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고 (이란) 정부에 대한 정치적인 압박이 줄어들면서 사형 집행이 다시 이뤄질까 두렵다”며 “언론이 침묵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처형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사형수인 쿠르드계 이란 래퍼 사만 야신은 형 집행을 기다리며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감옥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이날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은 사형수 모하마드 쿠바들루와 삼만 사이디 야신이 제기한 재심 청구를 최고법원이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결함이 확인된 만큼 다시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형 선고를 받은 시위 참가자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정부의 억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이란 당국은 석 달 넘게 이어진 시위를 강경 진압했으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시위 참여자 중 최소 2명을 처형했다. 이 가운데 1명은 공개적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