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두 번째와 네 번째 상류 100m 부근이 기준
얼음으로 덮여 수면이 보이지 않아야 '한강 결빙'
최저기온 영하 10도 이하 날씨 4, 5일 지속돼야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 영하 15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아침이 며칠씩 계속되면서 모든 것이 꽁꽁 얼었다. 눈이 내렸다 녹은 길은 얼음판이 됐고, 계량기 동파도 이어지고 있다. 한강도 상류지역과 강변은 조금씩 얼어있는 데다 군데군데 얼음조각이 떠있는 걸로 봐선 이미 얼어붙은 듯하다.
그러나 한강은 아직 '공식적으로' 얼지 않았다. 기상청이 '한강 결빙'을 선언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년 넘은 한강 결빙 관측 역사...'한강 결빙'의 조건은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결빙이란 '얼음으로 덮여 수면을 볼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얼음이 두껍든 얇든, 물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서울을 관통하는 길이만 41.5㎞이고 평균 폭은 1.2㎞에 달하는 한강이 얼마나 얼어야 '한강이 얼었다'고 하는 걸까. 답은 '한강대교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상류 100m 부근'을 봐야 알 수 있다.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이 지역이 띠 모양으로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아야 결빙으로 판단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기상청 직원이 매일 해당 지역에 가서 결빙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공식 한강 결빙 관측은 대한제국 시기였던 1906년 시작됐다. 당시엔 한강대교가 없었지만, 노량진(당시 노들나루)에서 강을 건너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이곳이 관측 기준 지점이 됐다. 1917년 한강대교가 개통된 뒤부터는 공식 기준이 생겼다. 해방 이후 혼란기와 한강대교가 폭파된 6·25전쟁 시기 등 8년(1947~1954년) 동안은 관측 기록이 없지만 그외 약 110년의 기록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추운 날씨 며칠 지속돼야 한강 결빙...지난해엔 '무결빙'
관측 장소가 결빙되려면 통상 일 최저기온 영하 10도 이하인 날이 4, 5일 지속돼야 한다. 일 최저기온 영하 10도 이하인 날이 4일 이상 지속된 날이 없었던 지난해 겨울(2021년 12월~2022년 2월)에는 한강이 한 번도 얼지 않았다.
역대 '무결빙' 겨울은 총 9번이었는데, 특히 최근 무결빙이거나 결빙이 금세 녹아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과 2018년은 결빙이 단 하루만 관측됐고, 2020년은 이틀 만에 해빙됐으며, 2019년과 지난해는 아예 하루도 한강이 얼지 않았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강 결빙은 해마다 평균 18일 이어졌지만 근래에는 결빙 일수가 극도로 짧아진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최저기온 영하 10도 남짓인 날이 3일가량 이어지다 다시 영하 3도 내외로 오르는 '삼한사온'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 한강이 얼기에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 22일(일 최저기온 -11.3도)에 이어 23일(-13.7도)도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계속되고 있다. 새해를 앞둔 다음 주에는 한강 결빙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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