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풀뿌리 야구의 버팀목 포항 대해초 감독의 열정
"초등 야구 없이는 고교,대학,프로야구도 없다"는 사명감이 바탕
포기를 모르는 감독, 열정 교장, 야구사랑 협회 전무 3인이 이룬 성과
포항 대해초등학교 야구부 정기문(39) 감독은 경북 풀뿌리 야구에서 '다윗'으로 통한다.
최근 학생 야구는 선수 수급 문제로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북 초등 야구계 역시 2008년 포항초등학교, 2022년 경주 동촌초등학교 야구부 폐지에 따라 10여년 새 4개교에서 2개교로 쪼그라들었다. 선수 1명만 남은 구미 도산초등학교마저 해체 수순을 밟는다면 야구 스타의 산실이자 인구 260만의 경북에 엘리트 초등학교 야구부는 단 하나만 남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0년 대해초등학교에 부임한 정기문 감독 역시 선수 4명만으로 시작했다. 야구부를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6개월간 16명의 야구부원을 모집해 20명으로 늘려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부임 당시만 해도 정 감독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길을 가다 체격이 좋은 아이들만 봐도 스카우트 대상으로 찍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유괴범으로 오인 받은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정 감독은 "공원에서 캐치볼 하는 아이들이 보여 학교 운동장을 비워줄 테니 마음껏 놀아보라고 했다. 부모들에게 전화해 승낙까지 받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야구장에 도착한 순간 경찰차가 도착했다"며 허허 웃었다.
이런 정 감독의 열정 덕분에 대해초등학교 야구부는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올해 6월부터는 1~3학년생을 대상으로 대해초등 유스 클럽 야구부도 창단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박봉규(61) 교장과 경북야구협회 이진우(55) 전무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정 감독이 부임 당시 기본적인 물품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맨 먼저 찾아준 이가 이진우 전무다.
대회 기간 중 사용한 야구공을 모아 대해초 야구부에 기부했고, 주변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보이면 정 감독에게 가장 먼저 알려줬다.
이 전무는 쉬는 날이면 지역 예선은 물론 대해초 야구부가 출전하는 전국대회 현장을 방문, 선수단을 격려했다. 때로는 사비를 털어 아이들에게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이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진우 전무는 “나도 야구를 좋아하지만, 젊은 친구가 야구에 빠져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팀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지역 야구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정 감독과 같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 친구가 있는 한 희망이 보인다"고 흐뭇해했다.
박봉규 교장 또한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학교 시설물 개선과 인조잔디 공사 등 야구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연습경기를 하자며 부산, 대구 등 인근 지역 팀들이 포항을 방문하는 일이 최근 잦아졌다. 인프라를 확보한 대해초는 자연히 경기력이 향상됐고, 입소문이 나면서 선수 수급면에서도 예전 보다는 조금 수월해졌다.
박 교장은 “2023년에는 감독실 개보수와 실내 연습장 수리에 들어간다. 보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넓은 잔디 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뛰는 선수들을 보고 있을 때가 가장 흐뭇하다”고 밝혔다. 내년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박 교장은 “마지막 소망이 있다면 우리 학교 야구부가 소년체전에 나가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 선수들 목에 메달을 한번 거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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