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가수의 마약 거래·투약 수사 무마 의혹
"한서희, 의사 결정 침해될 만큼 공포 안 느껴"
양현석, 무죄 선고에 중심 잃고 비틀거리기도
소속 가수의 마약 거래·투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가수 연습생 한서희씨를 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가 진술 번복을 요구한 건 맞지만, 한씨가 의사 결정 자유가 침해될 만큼 공포심을 느끼는 상황으로 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마약 거래 및 투약 혐의로 체포된 YG 소속 남성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본명 김한빈)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이를 제보한 한씨를 회유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협박 여부'였다. 양 전 대표와 한씨 모두 비아이의 마약 수사와 관련해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은 인정했다. 한씨는 이를 두고 "양 전 대표가 '네가 앞으로 연예계 등에서 일할 것 같은데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반면, 양 전 대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양 전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가 한씨의 진술 번복을 압박한 게 맞아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의사 결정에 대한 자유가 억압될 만큼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씨가 YG 측의 도움을 받아서 마약 거래 혐의에 대한 책임을 덜려고 했다"며 "진술 번복 대가로 5억 원을 요구하는 발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한씨 진술의 신빙성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양 전 대표 보복협박에 관한 한씨의 발언 수위는 조사를 받을수록 세졌다"며 "경찰이 자극적인 피해 진술을 이끌어내려고 (한씨의 기억을) 왜곡한 건 아닌지 의심돼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 전 대표는 무죄가 선고되자 현기증이 난 듯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결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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