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 1년 새 27조 급감
금리 제동에도 "역머니무브 계속"
'산타랠리' 기대가 꺾이면서 증시 대기자금이 올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고금리가 이어질 내년엔 경기침체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증시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5조1,3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70조 원을 웃돌던 연초와 비교하면 1년 사이 27조 원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주가가 재차 2,400선을 밑돌면서 증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띤 돈으로, 언제든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잠재적 거래대금 유입원으로 볼 수 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19일 기준 58조7,000억 원 수준으로, 연초(약 70조 원) 대비 11조 원 넘게 줄었다.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도 20일 5조3,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코스피가 1.61% 뛰었던 지난달 30일 12조 원대로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주가 약세에 다시 5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 초만 해도 하루 10조 원을 웃돌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5월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주가가 3,100선을 웃돌던 지난해 1월 44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증시를 빠져나간 이 뭉칫돈이 여전히 정기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요 은행 예금 금리가 연 5% 밑으로 내려갔지만,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온 돈이 고금리의 예적금으로 옮겨 가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은 올해 내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예금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10월에만 은행 예적금에 46조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21일 현재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4%대 후반이다.
금융권에선 내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긴축 사이클이 계속될 전망인 만큼, 역머니무브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입김에 예금 금리가 억눌려 있고,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해 내년에도 은행으로 뭉칫돈이 흘러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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