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674개 중소제조 상장사 부채 상황 분석
충남의 중소 식품제조업체 A사는 주변 경쟁사들이 자금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도 빚 갚기를 미루기보다는 꾸준히 이자를 갚는 게 낫다고 판단, 정부의 상환 유예 지원을 받지 않았다. 흑자 경영을 꾸준히 유지한 덕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금리가 급상승하며 처지가 뒤바뀌었다. 올해 영업이익으로는 크게 오른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게 돼 도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A사는 어쩔 수 없이 금융권에 상환 유예를 요청했지만 "신규 신청이 어렵다"는 답을 듣고 애를 태우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들이 최근 치솟은 이자 비용을 견디지 못해 자칫 흑자 도산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74개 중소 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상황을 조사해 보니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올해 3분기 기준)은 1조3,9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780억 원) 대비 3.9% 늘었다. 경기 부진으로 재고 자산이 증가(증가율 작년 10.0%→올해 3분기 15.6%) 했지만 리스크 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져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흑자 내고도 고금리로 인해 금융비 감당하기 어려워"
문제는 금융 비용이었다. 같은 기간 이자비가 570억 원에서 6,100억 원으로 20.3% 급증했고, 총 부채는 10.4% 증가(2조3,540억 원)한 24조8,680억 원에 달했다. 대한상의 측은 "흑자를 내고도 고금리로 인해 늘어나는 금융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고금리의 짐을 떠안게 된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이젠 금융시장의 부실을 우려해 내년 9월에는 제도를 끝내기로 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오랫동안 상환 유예 지원을 해 온 만큼 경기가 살아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충분한 대응 시간을 주고 기술력과 복원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착륙 지원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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