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감소, 등록금 14년 동결 등 난제 수두룩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인기 학과 쏠림 부작용 지적도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아사(餓死) 직전인 대학들은 만세 부를 기력도 없다."
16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자율화를 위한 규제개혁 및 평가체제 개편 방안'에 대해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대학들이 요구해 온 규제완화 방안들이 담겼으나,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위기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율성을 높여줘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란 얘기다.
"대학 통폐합, 한계대학 퇴로 확보 등 실질적 대책 나와야"
홍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게 근본적인 재정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인데,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만 봐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14년 동안 동결된 등록금이 인상되거나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늘어나지 않으면 대학 자율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홍 회장은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4대 요건' 완화나 평가 체계 개편 등도 긍정적 변화지만,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대학 입학 인원은 47만 명 수준. 반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명에 턱걸이했다. 20년 후에는 대학 정원보다 입학생 수가 절반밖에 안 되는 셈이다. 당장 2024학년도 입시에서 대학 입학생이 예년보다 6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 회장은 "내년 입시 이후 상당수 대학에서 곡소리가 날 것"이라며 "결국 대학 간 격한 통폐합이 일어나야 하며,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을 닫고 싶어하는 한계대학이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퇴로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대 실질적 혜택 없어…국가 개입 필요한 부분까지 자율화 안 돼"
대학 자율화의 부작용으로 수도권-지방 대학 간 격차가 심화하거나,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방대 총장은 "대통령이 지방대 육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발표에서 실질적으로 지방대에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냐"며 "지방대를 외면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대학 자율화는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에까지 시장 논리를 적용해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학과 교수는 "겉으로는 규제완화지만, 다시 말하면 수도권 집중화, 학과 쏠림 등 시장 실패마저도 국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조차도 각 주정부가 개입해 대학 교육 양극화를 완화하는데, 우리만 오히려 거꾸로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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