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서해 피격' 공소장 분석해보니
"자료 주지 않는 쪽으로 지시… 허위 통보"
조류예측분석서 존재에도 '없음' 답변 정황
검찰 "유족에 '월북자 가족' 낙인 명예훼손"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직권남용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하며 고(故) 이대준씨 유족의 해경 '더미(인체 모형) 표류실험' 관련 자료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상세히 적시했다. 해경이 잘못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정보공개결정통지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1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 전 청장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김 전 청장이 2020년 10월 초 해경 직원들을 상대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대외로 나가는 모든 자료는 청장 검토와 허락을 사전에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 무렵 더미 표류실험 계획서가 국회의원실에 무단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자 청장 허가를 받도록 단속했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해경이 '자진 월북' 판단을 담은 2차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해경이 실패한 실험을 월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대준씨 유족은 이에 해경을 상대로 △해경 작성 초동수사 자료 △실종자 신고위치 더미 표류실험 보고서 △실험 시 사용한 4개 기관의 조류예측분석서 등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검찰은 '이대준씨가 실종된 2020년 9월 21일과는 조류 흐름이나 수온, 조석 등 환경이 달라 결과의 객관성이 낮다'는 수색구조과장 의견에도, 김 전 청장이 같은 해 9월 26일 더미 표류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이 요청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4개 기관의 조류예측분석서는 김 전 청장이 잘못된 실험 결과를 정당화하려고 분석을 의뢰한 것이기 때문에 "자료를 주지 않는 쪽으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2020년 11월 수색구조과장에게 지시해, 유족에게 조류예측분석서가 없다고 회신하도록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보공개결정통지서에는 '인체모형 표류실험 관련 4개 기관 조류예측분석서는 없음'이라는 답변이 적혔다. 그러나 실제론 김 전 청장이 4개 기관에 표류예측 분석을 의뢰, 그 결과를 비교하도록 지시하고 수사결과 발표에도 활용하는 등 보고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미리 정한 '월북 정황'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해 2차 수사결과 발표를 하도록 했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거나 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은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아 이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3차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객관적 근거가 없었으나 자진 월북 정황의 근거가 발견되지 않자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허위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불법적인 용공 조작은 당사자에게 심각할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월북자 가족'이란 낙인을 남기게 돼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하는 병폐"라며 "충분히 조사한 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30여 년간 해경으로 근무한 김 전 청장은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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