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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눈물' 이태원 희생자 시민추모제...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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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눈물' 이태원 희생자 시민추모제...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입력
2022.12.16 21: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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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49일 맞아 이태원역서 시민추모제
유족 대통령실 행진도... 경찰 진입 막아
조계사서는 49재 봉행... 78명 위패 태워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서 빨간색 목도리를 한 유가들이 추모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주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서 빨간색 목도리를 한 유가들이 추모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주연 기자

“부디 모든 고통 잊으시고, 아픔이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49재를 맞아 158명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대규모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체감 온도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시민들은 떠나간 이들의 넋을 기리고 정부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유족들과 함께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는 4개 종단의 종교의식과 참사 당일 첫 112신고 시간인 6시 34분에 맞춰 30초간 묵념으로 시작했다. 최초 신고자의 음성이 행사장에 울려 퍼지자 일제히 참석자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형 스크린에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과 유족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떴다. 사회자는 “○○님을 기억하겠습니다”라며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전부 호명했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가 공동 주관한 시민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최주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가 공동 주관한 시민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유족과 희생자 지인들은 직접 준비한 편지글을 낭독했다. 고(故) 조한나씨 어머니 이애란씨는 “우리 딸 한나야, 꼭 만나러 갈게.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고 했고, 고 진세은씨 언니는 “대답 없는 너에게 벌써 7번째 편지를 쓰고 있어. 가끔 언니를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전했다.

추모제가 끝나자 유족들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실 쪽으로 향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히 처벌해 달라는 항의 서한도 준비했다. 그러나 경찰은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녹사평역 4번 출구 앞에서 유족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 발언이 유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다”면서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평생 사랑할 이들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이태원 참사 49일째를 맞아 시민들이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6일 이태원 참사 49일째를 맞아 시민들이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참사 발생 장소인 골목길에도 시민들이 가득 모여 희생자들을 위로했고,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도 종일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시민추모제는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 참석한 유족들이 위패와 옷가지를 태우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 참석한 유족들이 위패와 옷가지를 태우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선 추모 위령제(49재)가 열렸다. 제단에는 유족 동의를 얻은 67명의 영정과 78명의 위패가 놓였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모 법문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어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이라고 했다.

배우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 사진을 감싼 흰색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아들 양말을 신은 채 유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조씨는 “오늘이 지나면 아이들이 이승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 온다”고 했다.

위령제는 희생자 위패를 태우는 ‘소전’의식으로 마무리됐다. 고 이주영씨 부친 정민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처음부터 원했는데 아직까지도 없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이유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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