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청약단지 11곳 청약미달
지방에선 브랜드 아파트도 외면
몸사리는 건설사 사업 무기한 연기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극심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미달 단지가 속출하자, 시장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기의 기폭제가 된 '미분양 공포'가 점점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청약인원 0명 단지도 잇따라
16일 본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달 아파트 청약을 받는 21개 단지 중 52%인 11곳이 청약경쟁률 1대 1을 밑돌았다.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해 청약 미달이 났다는 얘기다.
11곳 중 10곳이 지방이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통하지 않았다. 업계 1위 현대건설이 충남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은 985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 신청자는 266명에 그쳤다. 제주, 전남, 전북에 나온 분양 단지엔 청약 인원이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경기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나왔다. 호반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분양하는 '호반써밋'은 1,031가구 모집에 269명이 신청해 0.26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나머지 10곳은 모집정원을 채우긴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건설사로선 청약 경쟁률보다 더 중요한 게 계약률이다. 업계에선 건설사가 공사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지 않기 위한 초기계약률의 마지노선을 50~60%로 잡는다.
통상 이 정도 계약률이 나오려면 못해도 청약 경쟁률이 5대 1은 넘어야 한다. 요즘 시장 침체에 따른 당첨 포기가 속출하는 터라 경쟁률이 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 사실상 계약률 30% 달성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달 청약 단지 중 경쟁률이 5대 1을 넘은 곳은 서울에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을 끈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5.4대 1)이 유일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달 경기에서 나온 분양단지 4곳이 경쟁률 2대 1 미만이라 계약률 50% 달성에 상당한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사업장 모두 중단"
업계에선 미분양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기존 주택가격 급락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주요 자금줄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까지 막혀 청약에 실패하면 당장 자금난에 부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7,813가구로 한 달 새 55.9%(2,801가구) 늘어 지방 증가율(21.9%)을 크게 앞섰다. 주택시장은 심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데, 가파른 미분양 증가세는 아파트 구매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 시행사 임원은 "초기 사업장은 일단 금융비용만 내고 사업을 모두 중단시켰다"며 "괜히 분양에 나섰다가 청약 미달이 나면 그땐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은 "워낙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 지금은 재건축 사업 수주도 자제하고 있다"며 "연말 예정한 분양물량도 전부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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