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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키운 '무단증축물' 뒤늦게 철거... '배짱 영업' 꼼수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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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키운 '무단증축물' 뒤늦게 철거... '배짱 영업' 꼼수도 여전

입력
2022.12.16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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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50일, 이태원 골목 불법 증축물은]
용산구청, 참사 후 공문 발송 및 경찰 고발
일부는 '모르쇠'... 규제강화·지속 단속 필요

‘이태원 참사’ 당시 좁은 보행로는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안 그래도 비좁은 골목길에 무단 증축물까지 들어서 인파 흐름을 막았다. 참사 50일을 앞두고 비난 여론에 직면한 업주들이 하나둘 증축물을 철거하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배짱 영업’을 이어가는 가게도 있다. 당국의 지속적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무단증축 난립... 구청, 뒤늦게 경찰 고발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뒷골목이 무단 증축한 테라스(오른쪽 화살표, 폭 1m)와 핼러윈 임시 행사 부스(왼쪽 화살표, 폭 1m)로 약 2m가량 좁아진 모습(뒤쪽 사진). '이태원 참사' 47일째인 14일엔 통행로를 좁힌 증축물이 철거돼 있다(①,②). 호텔 측은 대로변 별관 B동(③) 전면부 유리 증축물도 철거했다. 강지수 기자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뒷골목이 무단 증축한 테라스(오른쪽 화살표, 폭 1m)와 핼러윈 임시 행사 부스(왼쪽 화살표, 폭 1m)로 약 2m가량 좁아진 모습(뒤쪽 사진). '이태원 참사' 47일째인 14일엔 통행로를 좁힌 증축물이 철거돼 있다(①,②). 호텔 측은 대로변 별관 B동(③) 전면부 유리 증축물도 철거했다. 강지수 기자

14일 한국일보가 취재해 보니 참사 현장인 이태원로 27가길 일대 ‘T자 골목’에 있던 무단 증축물 7개가 철거됐거나 철거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인접한 해밀톤호텔은 무단 증축물 3개를 없앴다.

먼저 호텔 별관 앞에 있던 1m 폭의 테라스와 맞은편 본관 뒤 주점 앞 부스가 사라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불법 설치된 테라스와 부스가 참사 당일 통행 흐름을 방해했다고 보고 해밀톤호텔 대표를 건축법 및 도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태원역 2번 출구에 있는 별관 B동 건물(지하 1층, 지상 3층) 앞 증축물도 철거됐다. 별관 B동 1층에 입점한 카페는 건너편으로 옮길 예정이고, 지하 클럽 역시 문을 닫았다.

A음식점과 B주점 역시 매장 면적을 늘리기 위해 만든 10㎡, 3㎡ 면적의 증축물을 각각 철거했다. C주점 5층 테라스도 자취를 감췄다.

14일 '이태원 참사' 현장 근처 A음식점(위쪽 사진, 왼쪽 원), B주점(오른쪽 원)이 유리와 경량철골로 지붕과 벽을 갖춘 무단 증축물을 철거한 모습. 마찬가지로 C주점 5층 면적을 넓혔던 무단증축물도 사라졌다(아래쪽 사진). 강지수 기자

14일 '이태원 참사' 현장 근처 A음식점(위쪽 사진, 왼쪽 원), B주점(오른쪽 원)이 유리와 경량철골로 지붕과 벽을 갖춘 무단 증축물을 철거한 모습. 마찬가지로 C주점 5층 면적을 넓혔던 무단증축물도 사라졌다(아래쪽 사진). 강지수 기자

사실 용산구청은 수년 전부터 해당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지만, 업주들은 이행강제금만 내며 버텼다. 해밀톤호텔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낸 이행강제금은 대략 5억 원. 과거에도 연간 5,600만 원 수준으로 이행강제금이 낮게 책정된 탓에 무단 증축물이 난립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참사 후 불법 시설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지고, 경찰까지 수사 대상에 올리자 업주들이 철거를 서두른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4일 해밀톤호텔 등 5곳에 ‘무단 증축물 시정 명령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사흘 뒤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법망 피한 해밀톤호텔 '가벽'은 그대로

경찰 고발에도 일부 상점은 불법행위에 아직 눈감고 있다. D주점은 테이블 3개를 더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강철 기둥으로 면적 180㎡를 늘렸다. 4년 전 적발됐지만 주점 측은 “철거가 쉽지 않다”며 버티는 중이다. 최근 본보 질의에도 “고발 사실을 알지만 당장 공사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14일 '이태원 참사' 골목에 해밀톤호텔이 설치한 분홍색 철제 가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강지수 기자

14일 '이태원 참사' 골목에 해밀톤호텔이 설치한 분홍색 철제 가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강지수 기자

법망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해밀톤호텔의 분홍 철제 가벽(假壁)도 그대로다. 이 가벽은 폭 70㎝, 길이 10m로 호텔 측은 지붕을 덮어 무단으로 사용하다 2016년 구청의 지적을 받고 지붕만 철거했다. 지붕이 없으면 불법건축물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가벽 때문에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빠지는 골목 폭이 4m에서 3.2m로 좁아졌고, 참사 당일 병목 현상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용산구청은 재난안전법을 근거로 지난달 4, 11일 두 차례 “가벽을 없애 공지(空地)로 만들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호텔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사고 현장과 멀지 않은 골목에도 밖에다 벽을 세우고 천장을 씌워 실내 공간을 넓힌 무단 증축물이 여럿 눈에 띄었다. T자 골목에서 약 100m 떨어진 세계음식문화거리의 E주점은 1~3층 외벽을 무단 증축해 2010년 적발됐다. 외벽에 붙은 에어컨 실외기 5대 역시 통행로를 침범한다고 구청이 경고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이다. 주점 직원은 “실외기를 둘 데가 없어 옮기기 어렵다”고 했다.

지속단속, 규제강화 병행해야

해법은 이행강제금을 대폭 올리고 주기적으로 단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일제히 위반 건축물 실태 점검 및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행강제금을 강하게 물려야 실효성이 있다”며 “조례도 매뉴얼을 세분화해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들의 높은 안전의식도 필수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업주들 스스로 통행로를 개인 욕심으로 침범해선 안 된다는 준법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이유진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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