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사당국 압수물 증거 사진 공개
"카타르 이어 모로코도 연루 의혹"
유럽의회 전·현직 의원들의 이른바 ‘로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벨기에 수사당국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소 150만 유로(20억7,000억 원 상당) 현금을 증거로 확보했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연방경찰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행 가방, 서류 봉투 등에 담겨 있던 유로화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탈리아의 피에르 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 부의장직에서 해임된 그리스의 에바 카일리 의원 자택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돈의 출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확보된 지폐 일부는 벨기에 내 은행에서 인출됐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나왔다. 지폐 인출 장소와 발권 국가 등이 확인되면 출처를 추적할 수 있다.
앞서 벨기에 수사당국은 ‘걸프 국가’가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에 로비를 벌여 경제적,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서 해당 국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6명의 신병을 확보, 이 가운데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4명 중 3명은 카일리와 그의 동거인, 판체리 등이 포함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황이다. 풀려난 나머지 2명 중 하나는 루카 비센티니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어느 국가인지 특정하지 않았지만,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라는 보도가 현지 사법소식통 등을 인용해 나왔다. 모로코 역시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판체리 전 의원이 카타르와 모로코의 이익을 위해 의원 활동을 할 당시 알게 된 유럽의회 현직 동료들과 접촉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벨기에 수사당국의 범죄인도요청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판체리는 의원 시절인 2017∼2019년 마그레브 국가와 관계를 담당하는 유럽의회 대표단을 이끌면서 모로코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특히 당시 의회에서 인권 관련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모로코 옹호 입장을 펼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께 수사를 받는 카일리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노동착취 등의 의혹이 제기된 카타르를 두고 “노동 개혁의 선두자”라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자국민의 EU 비자 면제 프로그램 적용을 요청한 카타르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 모든 행보가 카타르로부터 대가를 받고 벌인 일로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의 경우 한국의 국회와 유사한 불체포 특권이 있지만, ‘현행범’으로 연행될 경우 불체포 특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일리의 경우 자택에서 ‘돈다발 물증’이 발견됨에 따라 불체포 특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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