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이 의결하신 2023년 본예산은 의회 예산 심의권 남용이라 생각합니다."
14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장. 이날 열린 제312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연단에 오른 강기정 광주시장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광주시의회가 예산을 무더기 삭감한 터였다. 강 시장은 이어 "의원 여러분들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광주시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강 시장은 울화가 북받치는지 울먹이며 한동안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시민께 전가될 것이다. 더 원칙 있는 시정을 잘 펴가겠다"고 뼈 있는 말을 던진 뒤 연단을 내려왔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가 결국 충돌했다. 내년도 예산을 두고서다. 집행부는 증액 없는 삭감 예산에 대해 "의원들의 쪽지 예산 미반영에 따른 화풀이"라고 반발했고, 광주시의회는 "집행부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예산마저 깎으며 무력화했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이 서로 감정을 드러내며 네 탓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광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 7조1,102억 원을 통과시켰다. 광주시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2,089억여 원을 삭감한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8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집행부와 증액·삭감 예산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집행부는 자치구 민원 사업 등 광주시의회 요구 예산을 받아주지 않았고, 광주시의회는 '증액 없는 삭감 예산' 의결로 맞섰다. 강 시장이 광주시의회를 향해 "화풀이식 예산 삭감"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광주시의원들은 "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이 부른 참사다. 본인만 정의로운 척한다"고 맞받아쳤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6일 동안의 지난했던 예결위 심사에서 오로지 집행부 예산만을 고집한 탓에 조정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 시장이 애써 숨기고 있다"며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집행부 실국장 등 간부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증액 예산 사업들도 예결위 심사에서 번복한 장본인이 바로 강 시장이다"고 힐난했다. 한 의원은 "집행부 예산은 무조건 옳고 시의회 예산은 틀렸다는, 오직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깔린 시각이 엿보인다"며 "나의 정치는 선이고 상대의 정치는 악이라는 인식도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도 "각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실국장들도 인정한 예산을 강 시장이 부동의한 게 20여 건에 달한다"며 "강 시장이 자기 맘에 안 들면 예산을 삭감하는 식의 태도는 적절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예산 심의를 둘러싸고 집행부와 광주시의회 간 '강대강' 대치가 강 시장과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강 시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뒷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살려주면, 광주시의원들이 요구한 증액 예산도 살려주겠다"고 강 시장이 광주시의회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강 시장이 번번이 삭감 예산 20건 전부를 부활시켜주지 않으면 증액 예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양보와 타협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강 시장의 눈물이 진정이라면, 행정 경험 없는 초보 시장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광주시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를 거둬들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점검해보시길 권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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