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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멈추고, 암 수술도 못해"...영국 공공부문 파업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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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멈추고, 암 수술도 못해"...영국 공공부문 파업 '피해 속출'

입력
2022.1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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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임금인상률 격차 약 3배
연간 물가상승률 11%...공공부문 노조, 임금인상 필수적 요구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워털루 기차역 플랫폼이 파업으로 닫혀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워털루 기차역 플랫폼이 파업으로 닫혀 있다. EPA 연합뉴스

영국 철도와 우편, 보건 등 공공부문 파업이 13일(현지시간) 본격화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말 연휴를 맞아 여행에 나서려 했던 시민들은 발이 묶였고, 배송이 지연된 우편물들은 창고 밖에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건 노조의 파업으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커진다.

전국 철도 운행 중 80% 중단

영국 철도 파업이 이뤄진 13일(현지시간) 런던의 워털루 기차역이 퇴근 시간임에도 한산한다. EPA 연합뉴스

영국 철도 파업이 이뤄진 13일(현지시간) 런던의 워털루 기차역이 퇴근 시간임에도 한산한다. EPA 연합뉴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철도해운노조(RMT) 소속 노동자들이 이날 파업하면서 전국 철도 운행 중 80%가 중단됐다. RMT는 연간 11%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임금을 올려 달라며 수개월째 부정기적으로 파업을 진행해왔다. 이달에는 13∼14일, 16∼17일, 24∼27일 총 8일간 파업을 할 예정이다.

이날 RMT의 파업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철도 노선 운행이 축소됐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일부 지역에선 아예 열차가 운행되지 않았다. RMT는 “시민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철도를 이용하고 가능한 다른 대체 교통편을 구하라”고 권고했다.

"크리스마스 카드 내년 2월에나 배송될 것"

영국 우편기업인 로열 메일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9일 런던의 버킹엄 궁전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우편기업인 로열 메일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9일 런던의 버킹엄 궁전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통신노조(CWU) 소속의 우편 기업인 로열 메일 조합원들도 14일부터 48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이들도 부정기적으로 파업을 계속해 왔고, 이달 23∼24일에도 파업을 할 예정이다. 현재 로열 메일에는 배송 지연된 우편물 수천 개가 창고 밖에 방치되면서 비바람에 노출되고 쥐들이 갉아먹는 등 크게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CWU 관계자는 “우편물을 모두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없다”며 “일부 크리스마스 편지나 카드는 내년 2월에나 배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시민 3명 중 1명은 올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편 대신 직접 손으로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영국 카드 제조·유통업체의 연합체인 ‘인사 카드 협회(CGA)’의 아만다 퍼거슨 대표는 “올해 카드를 보내려는 영국 시민들 중 최소 32%가 로열 메일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손으로 카드를 전달했다”며 “파업은 영국 우편 시스템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 "유일한 해결책은 파업 취소뿐"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 최대 간호사 노조인 왕립간호대학의 건물 로고 모습. EPA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 최대 간호사 노조인 왕립간호대학의 건물 로고 모습. EPA 연합뉴스

15일에는 영국 최대 간호사 노조인 왕립간호대학(RCN)이 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대해 영국 국립암센터의 데임 캘리 팔머 대표는 RCN에 서신을 보내 "환자 암 수술의 경우엔 파업에서 배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영국에선 매일 최대 1,200명의 환자가 암 수술을 받고, 1만 명 이상이 암 검사를 받는다. 팔머 대표는 “환자의 목숨이 달린 암 수술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며 “파업이 발생하면 수술이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영국 공공부문 노조에선 정부가 자신들만 옥죈다는 비판이 많다. 영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임금 상승률 격차는 매우 크다. 올해 8~10월 민간부문 근로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6.9%였던 반면, 공공부문 직원은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입장도 강경하다. 공공부문의 임금 인상에 동의했다가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리시 수낵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공공부문 급여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파업을 취소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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