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읍 냉천 지류 용산천 인근 주민
"직선 하천 곡선으로 유로변경
물길 막는 바람에 하천 범람"
피해액 일부 3,400만 원 청구
市 "시간당 100㎜↑ 불가항력"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천 위치도. 아파트 공사로 물길 일부 구간(붉은색 선)이 꺾였다. 출처 포항시 홈페이지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 하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2리 주민들이 “아파트 신축 공사로 물길이 꺾여 피해가 났다”며 시공사와 시행사, 포항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마을 수해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천 범람피해 주민대책위원회(용산천 주민대책위)’는 14일 오후 포항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책위는 “포항시가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를 허가하면서 직선이던 용산천을 직각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태풍 때 하천이 범람해 마을을 덮쳤다”며 “용산천 유로변경에 따른 힌남노 수해는 명백한 인재로, 포항시와 아파트 시행사, 시공사는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15명이 침수 사고에 따른 손해액의 일부라며 각 3,400만 원의 피해액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용산2리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용산천 수로가 직각으로 꺾여 비가 많이 내리면 냉천으로 곧장 합류하지 못해 마을이 침수될 수 있는데도 포항시가 수로 변경을 허가했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우려대로 이 마을은 지난 9월 6일 한반도를 휩쓴 태풍 힌남노 때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빗물과 범람한 흙탕물이 집 안으로 들이닥쳐 가구와 전자제품, 가재도구가 유실되거나 망가졌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2리 수해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천 범람피해 주민대책위원회(용산천 주민대책위)’가 14일 오후 포항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마을은 지난달 22일과 23일에도 포항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용산천이 범람해 또다시 잠겼다.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거센 물살에 집 담이 붕괴되거나 창고와 마당에 물이 차 올랐다. 당시 포항지역 강수량은 22일부터 23일 오전 8시까지 84.9㎜이다.
용산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를 흐르는 소하천으로, 총 길이는 1.4㎞이다. 이중 500m 구간이 아파트 부지에 포함되면서, 당초 직선으로 흐르던 수로가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 둘러 흐르는 것으로 변경됐다.
용산천 기존 수로 위에 들어선 아파트는 미르도시개발이 시행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포항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로, 1,144가구 규모로 2024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힌남노 때 오천지역은 시간 당 강우량이 100㎜이상으로 쏟아질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 하천 범람은 불가항력적이었다”며 “유로변경으로 범람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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