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성폭행 신고한 어머니를 앙심 품고 살해
2심도 무기징역… 법원 "사형해도 할 말 없어"
유족은 판결에 분노 "어떤 사건이 사형이냐"
헤어진 연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데 앙심을 품고 피해자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26)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질타했지만, 유족은 "도대체 어떤 범죄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등도 명령했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전 연인 A씨의 자택에서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석준은 흥신소 업자에게 50만 원을 주고 A씨의 자택 주소를 파악한 뒤, 택배기사로 위장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석준은 범행 나흘 전 A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A씨의 어머니가 이를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올해 6월 이석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해 수법과 유족들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이석준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사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행"이라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살해당한 피해자의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석준은 범행 목적과 계획을 부인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석준은 재판부가 선고 내용을 읽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수갑을 채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이 사건이 생명 박탈이 정당화될 만큼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다고 단정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무기징역을 받고 가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교정당국이 범행 내용과 성질을 따져보고 엄격하게 심사한다면 형벌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재판부 판단에 분노했다. 유족 측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살해하려고 작정한 이석준에게 사형을 내리지 않으면, 어떤 사건이 사형이 되는지 궁금하다"며 "피해자를 살펴보지 않은 너무 엉뚱한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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