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금융당국 창업자에 '법적 조치'
사기 등 8개 혐의 기소 최대 115년형 가능
워싱턴 정가에 불법 선거자금 뿌린 혐의도
미국 검찰과 금융당국이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세계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뱅크먼프리드는 거액의 벌금은 물론, 100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더러운 돈 욕망 실현에 이용”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이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하고 그를 △사기 △자금 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AP통신 역시 “수십 년의 징역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3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FTX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이는 음모를 꾸민 뒤 고객 돈을 암호화폐 헤지펀드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이 회사의 채무와 지출을 갚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바하마에서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고,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데에도 고객과 투자자들의 돈을 함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치인들에게 많이 기부했지만, 공화당에도 적지 않은 돈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바하마에서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는 수도 나소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이날 푸른색 양복 차림으로 현지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진행했다. 미 정부는 조만간 바하마 측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두 나라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본인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본국 송환까지 몇 주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객에게서 훔친 더러운 돈이 부자들의 헌금으로 위장돼 양당의 영향력을 돈으로 사고 워싱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뱅크먼프리드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돼지 저금통처럼 이용”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년간 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5월부터 FTX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18억 달러(약 2조3,364억 원)를 조달했다. 이 중 11억 달러는 미국 투자자 90여 명에게서 모은 돈이다. ‘FTX는 최고 수준의 정교하고 자동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어 여러분의 자산은 안전하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낸 돈을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미공개 벤처 투자와 호화 부동산 구매, 거액의 정치 헌금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SEC는 소장에서 “그는 호화 아파트를 사고 선거 캠페인을 돕고 개인 투자를 하기 위해 알라메다를 자신의 돼지 저금통처럼 이용했다”며 “FTX 주식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뱅크먼프리드가 투자자들을 속인 것은 수년간 계획된 사기 음모라고 SEC는 판단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뱅크먼프리드는 속임수에 기반한 ‘카드로 만든 집’을 지어 놓고, 투자자들에게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뱅크먼프리드와 FTX, 알라메다 리서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파생상품을 감독하는 CFTC는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로부터 수억 달러를 빌려 부동산 구매와 정치 헌금 등에 사용해 연방 상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붐을 타고 한때 265억 달러 자산가로 급부상했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달 초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된 후 고객들의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자 FTX와 100여 개 계열사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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