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인척 이기성과 토목업자 나석규와 짠 정황
로비 자금 42억 내용증명 압박… 남욱·박영수 로펌서 작성
"니네 형까지 나오면 어떻게 해" 그만하라 다그치기도
위례·대장동 사업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기성씨가 이른바 ‘이기성·나석규 내용증명서’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협박할 목적으로 '대장동 일당'과 모의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증명서에는 남욱 변호사 등에게 인허가 로비 등 명목으로 42억여원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만배씨는 내용증명서를 확인한 뒤 100억 원을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이기성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분양업체 '더감' 대표인 이기성(51)씨와 남 변호사 등을 상대로 ‘이기성·나석규 내용증명서’ 작성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기성씨와 나석규씨가 마련한 42억5,000만 원 가운데, '남욱→김만배·유동규→김용·정진상'을 거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으로 건너간 돈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나씨와 이씨는 2014년 11월 남 변호사와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을 만나 42억5,000만 원을 전달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500억~800억 원의 토목공사와 분양권 수주를 약속하는 계약(PM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대가로 지급한 돈이었다.
하지만 남 변호사가 2015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대장동 사업 주도권이 김만배씨에게 넘어가면서, 이기성·나석규씨와 남 변호사 사이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이기성씨가 나씨에게 '일단 (돈 전달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나씨는 2016년 6월 28일부터 수 차례 이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수주 약속이 무산되자 남 변호사 등에게 전달한 돈을 회수하려고 내용증명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 변호사가 내용증명서 작성에 동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씨가 남 변호사와 김만배씨에게 내용증명서를 전달하며 협박한 게 아니라, 남 변호사가 이씨와 나씨 편에서 동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기성씨의 내용증명서는 법무법인 강남에서 작성됐다. 강남은 이씨의 인척인 박영수 전 특검과 남 변호사, 천화동인 6호 소유주인 조모 변호사 등이 속해 있던 곳이다.
검찰은 나석규·이기성·남욱이 공모해 내용증명서를 작성한 배경과 경위를 파악 중이다. 특히 김만배씨가 나석규·이기성에게 금전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2019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통해 화천대유에 배당수익이 생기자, 같은 해 4월 30일 이씨 계좌를 거쳐 나씨에게 100억 원을 전달했다. 나씨가 마련한 금액(20억 원)보다 무려 5배나 많은 금액을 준 것이다.
남 변호사는 최근 공판에서 이기성씨에게 22억5,000만 원을 받아 12억5,000만 원을 김씨에게 전했다고 밝히면서 "위례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선거자금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고, 그 대가로 이기성에게 돈을 빌려서 김만배씨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2020년 4월 28일 이씨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직후 정영학 회계사에게 "(돈 요구) 이제 그만해. 이번에 (협박)하면 진짜로 니네 형(박영수 전 특검) 변호사 회장 나올 때부터 그런 것까지 다 나오면 어떻게 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기성씨가 내용증명서를 갖고 남 변호사와 김씨를 협박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씨가 차용증 없이 김씨에게 16억 원을 빌리고, 남 변호사에게도 30억 원을 받아낸 사실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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